<권기환 칼럼> 말 많고 탈 많은 여론조사, 총선 후 손봐야

권기환 칼럼리스트
조원익 기자
wicknews1@naver.com | 2020-04-06 16: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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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리스트.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한 정당과 각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사태, 파탄일로의 경제, 안보 위기. ‘조국 대 윤석렬’ 대결 구도 등의 이슈와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의 투표율이 선거 최대 변수로 꼽힌다.


늘 그렇지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언론에서 잇달아 발표하는 여론조사다. 정당별, 후보별 지지율 추이를 알 수 있어 유권자가 표심을 정하는데 주요한 정보가 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한가 하면 표본집단 선정도 석연치 않다. 그래서 아예 “여론조사 누가 믿느냐”며 코웃음을 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26일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공동으로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안양 동안을 선거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후보가 53.5%, 미래통합당 심재철 후보가 31.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런데 같은 날 경인일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44.3%, 심 후보는 40%였다. 한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선거구에서 조사했는데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심 후보를 20%포인트 넘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고, 다른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오차 범위(±4.3%p) 내인 4.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유권자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2월 리얼미터는 이번 총선 최대 빅매치이자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다. 결과는 이 후보가 50.3%, 황 후보가 39.2%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사의 다른 설문에서 응답자의 무려 70.2%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득표율은 41.08%, 종로구에서는 41.15%를 얻었다. 종로구의 투표율이 77%였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자들은 32% 정도가 포함되는 것이 적절하지만, 무려 2배가 넘었다. 특정 집단의 여론이 실제보다 과대 표집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최근에는 총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특정 정당을 누르면 응답 대상자가 아니라며 조사 진행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불순한 의도를 짐작케 하는 여론조사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간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각종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표심을 잘못 반영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여론조사 업체들이 조사 응답률을 실제와 다르게 등록하거나 의뢰자의 의뢰 범위를 넘어 자체적으로 질문 문항을 추가하는 등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준수사항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158건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짧은 여론조사 기간, 낮은 응답률, 분석 전문 인력 부족, 조사원의 비전문성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조차도 못 믿는 여론조사”란 말이 나온다.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한 참고용이 아니다. 새로운 여론을 만들기도 하고, 여론을 거짓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결정적 잣대가 되기도 하는 만큼 여론조사에서 공정성과 정확성은 반드시 담보돼야 하는 핵심 사항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엉터리 여론조사는 우리가 소중히 가꿔온 민주주의의 적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 결과를 보면 논란 많은 여론조사가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실제 득표율과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 사이에 차이가 난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엉터리 여론 조사기관은 영구 퇴출해야 한다. 고의성 짙은 여론조사 조작은 민주주의 작동을 방해한 범죄인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차제에 표심을 왜곡하는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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