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편집의 독점권이 저문 시대, 언론의 위치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1-10 01:01:38
국무회의 생중계는 미디어 생태계에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국정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이 어떠한 필터도 없이 안방으로 전달되자, 그동안 언론이 향유해 온 편집의 권위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정보의 직거래가 일상화된 시대, 이제 언론의 고무줄 보도는 더 이상 은밀한 기술이 아닌 노출된 민낯이 되었다. 생중계는 편집과 왜곡의 한 끗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민생 현안이나 정책 결정 과정이 생중계되었을 때, 대중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기존 보도에서는 특정 단어나 날 선 발언만이 부각되어 갈등 위주로 전달되었으나, 실제 중계 영상 속에서는 정책의 배경과 치열한 논리적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긴 시간의 논의 중 자극적인 몇 초만을 잘라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국민은 이제 원본 영상을 찾아보며 그 사이의 공백을 스스로 채운다. 취사선택의 권한이 언론에서 시청자로 넘어간 것이다.
이는 언론인들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무엇을 왜 숨겼는가라는 의구심에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장의 언론인 역시 이러한 해석의 위기를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감 시간에 쫓기며 핵심을 요약해야 하는 제작 환경 속에서 취사선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 수용자가 공급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시대에, 과거의 요약 방식은 불친절을 넘어 불공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제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독점을 포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생중계가 사실(Fact)을 보여준다면, 언론은 그 사실 너머의 진실(Truth)과 맥락(Context)을 짚어내야 한다. 단순히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받아쓰는 일은 이제 AI나 생중계 영상이 더 잘하는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필터에서 가이드로, 언론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취사선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첫째, 정보의 나열이 아닌 통찰을 제공해야 한다. 국민이 생중계로 접한 파편화된 정보들이 우리 삶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둘째, 투명한 편집 기준을 세워야 한다. 왜 이 부분을 강조했는지, 왜 이 맥락을 덜어냈는지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셋째, 관찰자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은 심판관이 아니라 국민의 판단을 돕는 조력자라는 본연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언론에게 닥친 위기이자, 동시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계기다. 편집된 진실 뒤에 숨어 여론을 움직이려 하기보다, 투명한 사실 위에서 깊이 있는 해석으로 승부하는 언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언론의 권위는 독점적 지위가 아니라,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정직한 통찰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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