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지방자치 도입 30주년, 지방교부세 상향으로 지역 균형발전 큰 발 떼길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5-11-13 07:31:06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작가·칼럼니스트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올해로 한 세대가 흘러 30주년을 맞았다. 1991년 지방의회·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지방자치는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지방 재정은 취약해졌고 그 결과로 공공 인프라도 부실해졌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 등을 찾아 지역을 떠나면서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가 심화(深化)되는 악순환이 고착됐다.

균형발전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 간 공정한 기회 보장을 위한 핵심 과제다. 그러나 현실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은 경제력과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지방은 일자리 부족과 산업 위축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균형발전 불평등도의 구조적 특성과 정책과제 : 그룹 내·간 격차 분석을 중심으로’ 제하의 보고서에서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평등 격차가 왜 심화하는지 그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산업연구원 허문구 선임연구위원은 “균형발전은 단순히 ‘잘 사는 지역’과 ‘덜 사는 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태어난 지역과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립적 발전역량을 갖추도록,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균형발전 정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역시 수도권이 절반 넘게 차지한다. 10년간 일자리 절반가량이 수도권에서 생겼다. 산업연구원이 2000년대 이후 국가 불평등도의 64%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지역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망국병’ 수준에 이른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역의 일자리 부족, 교육·의료·교통 등 공공 인프라 붕괴 등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역 실정을 일일이 파악해 필요한 정책을 신속히 시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 더 가까운 지자체가 주도해 성공을 거둔 ‘생활 행정’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KIET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지방에는 모이(좋은 일자리)가 없고 수도권에는 둥지(주택)가 없는 세상”, “12%가 88%를 삼키는 극심한 공간적 불평등”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 심화의 근본적 원인은 지역경제의 악순환 구조가 점점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6만~7만 명에 달하는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순(純) 유입되는 현실은 단순한 인구이동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붕괴 신호다. 지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반면, 수도권에는 고부가가치산업과 기업이 집중되면서 기회가 편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층 유출 → 고령화 심화 → 경제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지방소멸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월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제9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고 “재정 분권을 강화해 중앙과 지방이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정부도 확대된 권한을 바탕으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을 큰 책임감을 가지고 확고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방자치단체 위상을 ‘지방정부’로 높여 불렀고,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체를 ‘제2의 국무회의’로 위상 매김을 했다. 국가적인 균형발전 의지를 다지며 그 핵심을 재정 분권으로 삼은 것이 새롭고 의미 있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특별회계(지역 자율계정) 예산을 현 3조 8,000억 원에서 10조 6,000억 원으로 2.79배 넘게 늘리고, 수도권과 거리가 멀고 ‘지역 소멸도’가 높을수록 가중치를 높여 배분하는 ‘차등 지원제’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6년 이후 19년째 제자리인 지방교부 세율 19%도 인상해 부실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보완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4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인상 목표치를 최대 23%까지로 잡았다.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궁극적으로 국세 대비 25%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도 단계적으로 최대 4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방정부 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국고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말로만 백번 외치는 것보다 양적·질적으로 지방재정을 확대하는 게 균형발전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재정만 늘린다고 해서 지방분권·균형발전이 완성되진 않기 때문이다. 온전한 권한도 없고, 경쟁·자립의 경험을 쌓지 못했던 지방정부가 입법·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자율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이날 회의에선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공공기관 지방 이전 확대, 국고보조사업 혁신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비수도권 배려’ 중심으로 진행된 균형발전 전략도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대 초광역권(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 강원, 전북)’를 일컫는 ‘5극 3특’의 초광역 체제를 내실 있게 추진해 지역이 국가성장의 새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시장·군수·구청장 164명을 초청한 국정 설명회 겸 오찬에서도 “경험 있는 많은 분들이 국민들에게 검증을 받고, 또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해 주는 그런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여러분이 가진 모든 권한과 예산은 다 주민들로부터 오는 것”이라 말하고 “권한과 예산을 남용해 바람직하지 못한 일 하는 것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올해는 지방자치 도입 30주년을 맞는 해다. 자치 법규의 수는 1995년 약 4만 6,000건에서 2024년 기준 14만여 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지역 맞춤형 정책을 입법화한 모범 조례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중앙정부에 예속된 재정·인사권, 고착화(固着化)한 ‘수도권 1극(一極) 체제’로 지방자치는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288개 시·군·구 지역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에 내몰린 현실은 ‘무늬만 지방자치’임을 웅변으로 대변할 뿐이다. 2020년부터 2052년까지 수도권 인구는 5%, 비수도권 인구는 16.5% 감소함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 간 인구 격차는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수도권 청년인구(20∼39세)는 47.1% 감소하지만, 비수도권 청년인구는 55.7%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방 광역경제권을 통해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역의 성장이 국가의 미래’라는 구호가 더 이상 당위(當爲)에만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튼실한 ‘지방 재정분권’으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지방 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의 지방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되어 지역 균형발전의 큰 발 떼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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