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⑩] 문선명의 ‘천마’에서 이재명의 ‘까치’까지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1-29 08:05:43
제3자 뇌물죄로 논란과 퇴색된 스포츠 정신
‘애인애천’ 정신으로 내준 일화 천마구단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성남 FC의 전신인 ‘성남 일화 천마’는 고(故) 문선명 총재의 확고한 신념 아래 탄생했다. 문 총재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인종과 종교의 벽을 허무는 평화의 도구”였다.
이러한 철학 아래 성남 일화는 K리그 역대 최다인 7회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제패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일 당시, 평양 양각도 경기장에서 북한 국가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치르며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성남 일화 천마’는 늘 승리와 영광의 이름이었으나, 오늘날 성남 FC는 화려한 전술과 득점 기록 대신 서초동 법조타운과 여의도 정치권의 날 선 공방 속에 놓였다.
‘애인애천’ 정신으로 내준 구단, 시민 구단으로의 재탄생
2012년 문 총재 별세 이후 구단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통일재단이 운영 중단을 선고하며 연고지 이전설과 해체설이 난무하던 2013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종교적 색채를 지우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명분 아래 성남 일화의 인수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당시 통일재단은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닌 명문 구단을 조건 없이 성남시에 사실상 무상 기증했다. 이는 종교적 색채를 내려놓더라도 성남 시민들이 축구를 통해 계속해서 삶의 활력을 누리길 바랐던 문 총재의 ‘애천애인애국 (愛天愛人愛國) 정신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문 총재의 '천마'를 인수하여 '까치'를 상징으로 하는 성남 FC로 재창단하며, 이를 자신의 행정적 역량을 증명하는 최대 성과로 홍보했다.
제3자 뇌물죄로 논란과 퇴색된 스포츠 정신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성남 FC는 ‘제3자 뇌물 혐의’라는 사법 리스크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핵심 쟁점은 성남시가 기업(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민원을 해결해 준 것이 정당한 ‘행정 서비스’인지, 아니면 후원금을 대가로 한 ‘부정한 청탁’이었는지 여부다.
당시 이재명 시장이 구단을 인수한 이후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 검찰은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후원금을 강요했다고 보며 형법 제130조(제3자 뇌수수)를 적용했다.
반면 피고 측은 시민구단을 살리기 위한 ‘적극 행정’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종교 지도자의 헌신으로 일궈낸 소중한 유산이 정쟁의 흙탕물에 휘말리게 된면서 성남 일화가 쌓아 올린 찬란한 기록과 평화 철학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순수성’ 회복 절실
최근 이 사건은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 수사와 맞물리며 극심한 정치적 소용돌이로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수백억 원 가치의 명문 구단을 조건 없이 내어주었던 종교 지도자의 결단은, 사익이나 정치적 야욕이 아닌 오직 사람을 사랑하고 하늘을 경외하는 정신의 발로였다.
이러한 한 종교 지도자의 헌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할 이재명 대통령이다. 정작 과거의 통일교 유산을 토대로 성과를 냈던 본인이 이제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 통일교와의 유착을 끊겠다며 수사의 칼날을 세운다는 것은 참으로 비정한 일이다.
문 총재가 심었던 ‘스포츠 평화론’의 씨앗은 인종과 종교, 정치를 초월해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大同)의 장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지, 결코 누군가의 정치적 치적을 위한 도구나 법적 공방의 제물이 아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간판이 바뀌어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민의 품으로 구단을 돌려주었던 그 대승적 차원의 ‘참사랑’ 정신만큼은 역사적 진실로 보존되어야 한다.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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