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자 한 통이 행정을 움직인다…고양시, 시민 목소리를 현장정책으로 연결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10-08 08:32:42

3개월간 6,800건 접수…생활불편부터 지역 현안까지 시민 의견 직접 전달
반복·집단민원 외 일반민원 96.7% 처리…전화·현장확인으로 후속 대응
학교·공원·광장 등 현장방문부터 조례·예산 검토까지 정책 변화로 이어져
단순 민원창구 넘어 ‘시민 제안→검토→실행’ 연결하는 소통체계 구축
고양시장에게 바로 전한다… 문자 한 통이 현장 변화로 이어져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행정에 불편을 느끼거나 바라는 정책이 있어도 시민 입장에서는 어디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담당 부서를 찾고 민원 절차를 거치는 동안 정작 자신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권자에게 전달됐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고양특례시가 운영하는 ‘시장 직통문자’는 이 같은 행정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민이 시장에게 문자로 의견을 보내면 시장이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답변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3개월 동안 접수된 문자는 6,800건. 하루 평균 약 70건에 이르는 규모다. 주말에도 900여 건이 접수돼 평일 업무시간에 한정되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와 제안을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됐다.

다만 숫자만으로 제도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보낸 문자가 실제 행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지다. 고양시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문자 접수 이후 전화 확인과 현장방문, 부서 협의, 정책 검토와 예산 반영 등으로 이어진 경우가 나타난다.

6,800건의 문자, 무엇을 말했나…지역 현안에 집중된 시민 관심

접수된 문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도로·교통으로 2,385건, 전체의 35.1%였다. 일자리·경제가 2,314건(34.0%), 주택·건축이 1,642건(24.1%)으로 뒤를 이었다.

세 분야를 합치면 전체의 93.2%다. 시민들이 시장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단순 생활민원에만 머물지 않고 교통망, 지역경제, 주거 문제 등 도시의 주요 현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인천2호선 고양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촉구, K-컬처밸리의 조속한 추진, 원마운트 관련 비상대책반 구성 요청 등 상위 4개 사안에만 5,563건이 몰렸다.

전체 접수 건수의 8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러 시민이 같은 사안에 의견을 보내는 집단·반복 문자가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이 같은 집단·반복 민원에 일률적인 답변을 보내기보다 사안별 대표자 등과 별도 면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반면 동일 내용의 반복 민원을 제외한 일반 민원은 914건이었다. 도로·교통 322건을 비롯해 주택·건축 116건, 교육·문화 110건, 기타 108건, 일자리·경제 85건 등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884건이 처리돼 완료율은 96.7%로 집계됐다. 나머지 30건은 검토가 진행 중이다.

문자에서 멈추지 않았다…전화 확인하고 현장으로

직통문자의 특징은 시장의 답변 이후 행정이 움직이는 구조에 있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모든 사안을 직접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일정이나 업무 여건상 현장 방문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있다.

이때 소통협치담당관이 후속 역할을 맡는다. 담당 직원이 시민에게 직접 전화해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거나 관련 부서와 협의한다. 현장 확인이 필요하면 담당부서의 조치까지 연결한다.

실제 시민의 요청이 현장방문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행신동 서정중학교 도서관 방문 요청에 민 시장이 학교 측과 일정을 조율해 직접 현장을 찾았고, 일산동구 벚나무공원과 애니골 입구 전자게시대, 일산문화광장, 원당화훼단지 인근 소하천 등도 시민 의견을 계기로 현장을 살폈다.

생활 속 작은 불편도 행정 변화로 이어졌다. 개천 정비나 창릉천 가로등 보수, 생활쓰레기 수거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문제부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 사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다시 감사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직통문자 제도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원’에서 ‘정책 제안’으로…문자 한 통이 제도를 바꾸기도

직통문자의 의미는 생활불편을 해결하는 데만 있지 않다.

시민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정책 검토로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개최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고양시는 관련 조례 제정에 따라 행사 개최 여부를 검토하고 2027년 본예산 반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사 장소가 시민 요구에 따라 바뀐 경우도 있다. 고양시 전국막걸리 축제 개최 장소를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일산문화광장으로 변경해 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행사 장소를 조정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빠르게 확인해 불필요한 갈등을 막은 사례도 있었다.

‘수목장 반대’라는 문자가 접수됐지만 확인 결과 실제 내용은 ‘수목원’ 조성계획 승인 신청과 관련된 것이었다. 고양시는 해당 내용을 확인한 뒤 시민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했고,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될 수 있었던 추가 민원 확산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직통문자가 단순히 시장에게 민원을 전달하는 통로라기보다 시민의 문제 제기를 행정이 다시 확인하고 정책이나 현장 조치로 연결하는 과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접 소통의 다음 과제…‘문자 이후’를 얼마나 체계화할 것인가

고양시는 앞으로도 시장 직통문자를 시민과 시장 사이의 직접 소통창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민 시장은 직통문자를 통해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시장에게 직접 전하고 답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고양시가 7월 1일 민선9기 출범과 함께 직통문자를 포함한 ‘열린고양 프로젝트’를 주요 시정혁신 과제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시는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의 거리를 줄이는 소통 방식을 강조했다.

다만 직통문자가 장기적으로 행정 소통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접수 건수보다 문자 이후의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반복 민원과 일반 민원을 어떻게 구분하고, 정책으로 발전할 만한 시민 제안을 어떻게 선별할지, 처리 결과를 시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줄지도 과제다.

시민의 문자 한 통이 현장 개선으로 끝날 수도 있고, 하나의 정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결국 직통문자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문자를 받느냐보다 그 안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이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실행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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