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르무즈에서 시작하는 한·불 전략 협력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4-05 08:11:45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제 질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이 좁은 바다는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협력 가능성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문제로 읽힌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중동에서 들어오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역의 안정성은 곧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그동안 한국은 청해부대를 중심으로 제한적 군사 기여를 이어왔지만, 보다 다층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프랑스는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해군 기지를 운영하며 실질적인 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럽 국가의 ‘원정’이 아니라, 글로벌 해양 질서 유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다. 이런 프랑스의 전략은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국 협력의 핵심은 ‘보완성’에 있다. 한국은 경제력과 기술력, 그리고 해군의 실전 운용 경험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글로벌 해군 네트워크와 외교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가 공동 훈련, 정보 공유, 해상 감시 체계 구축 등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다자 안보 협력의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치 지형, 이란과 서방 간의 긴장,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균형 전략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무리한 군사 개입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따라서 협력의 방향은 ‘군사적 존재 확대’보다는 ‘안정 기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의 문제다. 한국이 호르무즈를 단순한 ‘지나가는 길’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켜야 할 생명선’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깊이는 달라진다. 프랑스와의 협력은 그 선택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해양 질서는 더 이상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연결된 세계에서, 위기는 언제든 공유된다. 한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협력의 모습은 단순한 군사적 공조를 넘어, 책임 있는 중견국 외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신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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