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4-20 08:32:06

                       

                      세월 (歲月)

                                           이승민(李勝敏)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라 하더니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알이었나 봅니다

잡으려 하면 손끝 사이로 스며들어
이름 모를 곳으로 흘러가고,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앞세우며
조용히 뒤편으로 물러섭니다

웃음이 머물던 자리엔 그리움이 내려앉고
눈물이 지나간 자리엔 작은 추억 하나 남습니다

세월은 무언가를 앗아가는 듯하면서도
또 다른 무언가를 심어놓고 가는 정원사인가 봐요

붙잡으려 손을 뻗으면 저만치 달아나고
잊으려 눈을 감으면 가슴속에 고여듭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 곳곳에 흔적을 새기며 익어가는 것.

무거웠던 욕심은 흐르는 시간에 씻겨 가고
날카롭던 마음은 둥근 돌멩이가 되어 가니,

세월은 나를 깎아내려 아프게 하더니
결국 나를 나로 완성해 가는 길이었나 봅니다

서두를 것 없습니다
지나온 길은 풍경이 되고
남은 길은 노을빛으로 물들 테니.

그저 흐르는 대로,
깊어지는 향기를 품고 걸어가렵니다.


歳月(세월)

                                             李 勝敏 (이승민)

幾重にも流れる川のようかと思えば
指の間からこぼれ落ちる砂粒だったのですね

掴もうとすれば指先から染み込んで
名もなき場所へと流れ去り、

昨日の私は今日の私を先に行かせ
静かに背景の向こうへと退きます

笑みが留まった場所には恋しさが降り積もり
涙が通り過ぎた跡には小さな思い出が一つ残ります

歳月は何かを奪い去るようでいて 
また別の何かを植えていく庭師のようです

捕らえようと手を伸ばせば遠くへ逃げていき 
 忘れようと目を閉じれば胸の奥に満ちてきます

歳月は無情に流れるだけではなく 
身体のあち코ちに証を刻みながら熟していくもの。 

重たかった欲は流れる時間に洗われ 
 尖っていた心は丸い小石になっていくので、 

歳月は私を削り取って痛ませたけれど
 結局、私を私として完成させていく道だったのでしょう

急ぐことはありません
通り過ぎた道は風景となり
残された道は夕映えに染まるのだから

ただ流れるままに、
深まりゆく香りを抱いて歩いていこうと思います。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