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 춤으로 하나 된 청주…제16회 청주국제무용제 개최
김을지 기자
ejkim2068@naver.com | 2026-10-09 09:56:38
고향의 그리움부터 평화·자유·화합까지 춤으로 표현
청주 대표 문화유산 ‘직지’ 무용으로 재해석…유기동물 보호 나눔도
[로컬세계 = 김을지 기자]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춤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청주에서 만났다.
‘2026 제16회 INPUT 청주국제무용제’가 7일 오후 7시 ‘세계의 민속무용’을 주제로 열렸다.
(사)대한무용협회 청주시지부가 주최·주관하고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후원한 이번 무용제에는 일본과 탈북민, 중국, 몽골, 청주지역 무용인 등 5개 팀 21명이 참여해 각 나라의 문화와 삶을 담은 무대를 선보였다.
2011년 첫발을 내디딘 청주국제무용제는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그동안 지역 무용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해외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청주와 세계를 잇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올해 무용제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무용인들이 한 무대에 올라 평화와 자유, 고향에 대한 그리움, 치유와 화합의 의미를 춤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서 탈북민의 ‘고향의 봄’까지
일본 사쿠라무용단은 가네코 후미코 서거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부강의 바람-후미꼬의 재탄생〉을 무대에 올렸다.
아나키스트이자 박열의 동반자였던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내면세계를 현대적 한국무용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본 이주여성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국경과 시대를 넘어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해방과 화합으로 나아가는 메시지를 몸짓에 담았다.
탈북민 여성들로 구성된 제온 아리랑무용단은 〈고향의 봄〉을 선보였다.
북한의 전통적인 춤사위를 바탕으로 링춤과 물동이춤 등 다양한 춤을 펼쳤다. 고향을 떠나온 기억과 그리움,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과 자유의 의미를 춤으로 표현했다.
중국 무용인들도 각기 다른 작품으로 중국 무용의 예술적 색채를 보여줬다.
웨이차오판은 〈음주가(醉对空山月)〉를 통해 중국 시인 이백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호방한 풍류보다는 절제된 움직임으로 대지에 대한 애착과 고독, 애수를 드러냈다.
량지아는 〈고(蛊)〉를 선보였다. 뱀과 전갈, 지네, 도마뱀붙이, 두꺼비 등의 움직임을 독특한 신체 언어로 표현해 부드러움과 야성, 아름다움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생명력을 담아냈다.
몽골 BLUE SKY는 광활한 초원의 삶과 유목민의 정신을 전통무용과 음악으로 소개했다.
몽골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인 말의 움직임과 에너지를 표현한 춤을 비롯해 전통 현악기 마두금 연주와 노래, 민속무용 등을 선보이며 몽골 특유의 문화적 정서를 전달했다.
특히 〈만다흐 나르〉는 떠오르는 태양을 통해 새로운 아침과 희망, 인간의 꿈과 용기를 표현한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 청주 문화유산 ‘직지’, 춤으로 세계와 만나다
무용제의 마지막 무대는 청주지역 무용인들이 장식했다.
청주시무용협회가 선보인 〈직지무심(直指舞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정신을 춤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활자와 책을 통해 인류의 지혜가 전해지는 과정을 몸짓으로 형상화하고, ‘무심’에 이르는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을 무용으로 표현했다.
직지가 탄생한 도시 청주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무대에 담아내고, 직지의 정신이 청주에서 세계로 확산되는 의미를 전달했다.
청주시무용협회는 이 작품을 청주의 대표적인 무용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성민주 청주시무용협회장은 “각 나라와 각 사람의 이야기가 춤으로 표현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며 “청주국제무용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평화와 화합을 이루는 장”이라고 말했다.
◇ 공연의 감동을 나눔으로…유기동물 보호에도 관심
이번 무용제는 공연을 통한 문화예술 교류뿐 아니라 나눔의 의미도 함께 담았다.
청주국제무용제는 2019년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시작으로 세계 여아와 미혼모, 전쟁고아, 지구환경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관심을 갖고 기부활동을 이어왔다.
올해는 유기동물 보호를 나눔의 주제로 정했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보호활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일본 이주여성들의 삶과 탈북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 중국의 전통문화와 몽골 초원의 생명력, 청주 직지의 정신까지 이번 무용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의 이야기를 하나의 무대에 담아냈다.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춤으로 전하는 감정과 메시지는 서로 이어졌다. 제16회 청주국제무용제는 춤이 문화와 국경의 차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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