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리던 도서관이 달라졌다…고양시, 일상 속 문화 플랫폼으로 공간의 쓰임 넓혀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7-16 10:17:00
14개 시립도서관서 장기형 인문학 운영…강의 넘어 탐방·창작·토론으로 확장
상주 작가·장애인·취약계층 프로그램 확대…문화 접근성 사각지대 줄인다
“읽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도서관의 역할, 생활문화 거점으로 재편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책을 읽는 곳에서 생각을 나누고, 직접 경험하는 곳으로. 도서관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생활 속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경기 고양특례시의 도서관이 독서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인문학과 예술, 생태, 미디어를 아우르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민들이 책을 빌리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공간을 넘어, 배우고 만들고 대화하며 머무는 문화 플랫폼으로 도서관의 쓰임을 확장하는 시도다.
올 하반기에는 14개 시립도서관에서 모두 18개 인문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한두 차례 특강에 그치지 않고 최소 10회 이상 이어지는 장기 과정이 중심이다. 도서관에서 시작한 질문이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의 호흡을 길게 가져간 것이 특징이다.
인문학, 강의실을 나와 시민의 일상으로
프로그램의 주제는 문학과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정도서관은 우리말과 글의 변화를 역사와 문화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고, 행신도서관은 문학과 영화를 함께 읽으며 활자와 영상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문학 속 동물의 상징을 살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고전과 문학을 보다 친숙하게 풀어낸다.
삼송도서관은 조선 역사와 미술사를 현장 탐방과 연결한다. 아람누리도서관은 여행과 건축, 미술을 소재로 도시와 문화에 대한 시선을 넓힌다.
지역의 역사도 인문학의 소재가 된다. 마두도서관은 왕릉을 통해 조선과 고양의 역사를 살펴보고, 풍동도서관은 생태와 심리, 예술을 접목해 환경과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서관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선택하면서 시민들은 집 가까운 공간에서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인문학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문학에서 창작까지…시민이 콘텐츠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도록
도서관의 변화는 프로그램 구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민이 직접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은 문학 상주 작가 지원사업을 통해 이탁근 그림책 작가와 함께 그림책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작가의 창작 공간이면서 주민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하는 열린 작업실 역할까지 맡는 셈이다.
장애인과 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아람누리도서관은 발달장애 아동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높빛도서관과 아람누리도서관은 지역아동센터와 사회복지시설을 연계해 도서관 이용이 쉽지 않았던 아동·청소년에게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 문해력 교육과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도 이어진다. 책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도서관의 문화 콘텐츠가 영상과 미디어 영역으로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도서관의 다음 역할
도서관은 이제 책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시민의 문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
고양시는 인문학과 예술, 생태, 창작, 미디어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아동·청소년 등 상대적으로 문화 접근성이 낮은 계층까지 프로그램의 문턱을 낮추면서 '누구나 이용하는 도서관'이라는 공공성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프로그램 신청과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의 경쟁력은 책장에 꽂힌 책의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민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도서관의 새로운 가치가 되고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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