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협의회, ‘슈퍼 갑(甲)’에 건설사 “쩔쩔”
강영한
gnews12@daum.net | 2022-01-04 10:23:21
▲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기 신도시 등 최근 입주를 앞둔 아파트 여러 곳에서 입주예정자협의회와 관련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하였을 때에는 입주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기 전 먼저 아파트 및 오피스텔의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개설한 ‘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라는 카페를 만들고 그 카페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특정인의 사익 추구 등을 위한 압력단체로 운영되면서 건설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예협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기 전까지 초기 소수 인원이 여론을 주도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카페 개설 ▲협의회 운영진 구성 ▲협의회 회칙 제정 ▲위임장 수령(50% 이상) ▲관할 세무소에 비영리단체 신고 ▲고유번호증 발급 순서로 진행된다.
오피스텔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입주시 관리인 및 관리위원을 선출해 관리단을 발족시킨다.
입예협 대표는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입주자들의 의견을 모아 시공사와 협의도 진행한다. 또 빌트인 가구 업체를 선정하거나 입주 박람회, 단체 등기 등을 주도한다.
생업에 바쁜 다수의 입주예정자들은 모든 진행과정에 관심을 쏟기는 힘들다. 이런 틈을 타서 주동자들은 초창기부터 온라인카페를 개설하고 조직적으로 입예협을 장악한 뒤 그 인지도로 입주자대표회의까지 출범시킨다.
‘아파트 권력’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와 각종 용역사업 발주권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구성원간 세력 다툼으로 분쟁과 갈등을 겪으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써왔다. 최근에는 그 원인으로 입주예정자협회의가 지목되고 있다.
법적 단체인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달리 임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가입비 요구 및 회원별 정보 차단 등으로 입주예정자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26일 경기도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도내 4617개 아파트 단지를 감사한 결과, 55개 단지에서 부적정 관리 사례 536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기본적인 관리 규정을 어긴 경우가 많았으며, 외부에 맡겨 실시한 회계감사 결과를 입주민에게 공개하지 않거나 공사업체를 임의로 수의계약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선분양·후시공 방식으로 분양되면서 아파트 하자로 인한 입주민들과 시공사간의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예협을 조직해 권리를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계획적으로 참여해 권리 행사를 넘어 조직적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입주예정자들의 소통을 막고 사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역과 단지를 옮겨 다니는 이른바 '꾼'들이 등장하면서 전문화·조직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직업적으로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활용해 세대별 하자 건수를 부풀리거나 관할 지자체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언론 등을 이용해 시공사를 압박, 또한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 주된 사례는 ▲건물 관리업체 선정시 금품을 받으므로서 관리비 상승이 되고 ▲집단 대출 유도 ▲입주 박람회 개최 ▲집단 이전등기 ▲건설사 압력 행사로 개인 인테리어 공사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예비입주자가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제재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각종 분쟁이 예고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예협 대표가 단체 등기에서 특정 법무법인과 유착하거나, 입주 박람회를 주최하면서 업체들에 뒷돈을 받거나, 특정 가구 업체 선정을 유도하는 등 부당이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정황 증거를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된 후 몇몇 법무법인들이 채권양도를 하면 하자를 모아 최대한 얼마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부추긴다"면서 "하지만 결국 소송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화해 또는 합의를 본다. 그때 법무법인 측에서 성공 보수의 비율을 좀 높여서 사전에 받으려고 하고 입주자들은 인원이 많아 결국 법무법인과 입주자 대표, 입주자 간의 싸움이 또 시작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이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법적인 단체가 아니어서 사실상 요구사항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며, 그는 "그러나 이 조직의 대표들이 결국 입주자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이들과 협약을 했다 해도 임원 일부가 바뀌거나 추후 말을 바꾼다고 해서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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