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투표소의 침묵, 무거운 책임을 주민을 위하여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6-02 10:35:14
선거철의 거리는 언제나 소란스럽다. 진영의 깃발이 광장을 뒤덮고, 확성기를 통해 쏟아지는 자극적인 구호들은 마치 승패의 향방만이 이 공동체의 전부인 양 우리를 다그친다. 그러나 광장의 소란이 잦아들고, 투표소라는 이름의 가장 깊고 조용한 공간에 홀로 서는 순간, 우리는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정당의 대리전이 아니라, 오직 나의 삶과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짊어질 사람을 선택하는, 더없이 엄숙한 주권자의 결단임을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단순히 효율성을 따지는 계산기를 쥔 자가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치환할 줄 아는 공감의 감수성과, 그 고통을 실질적인 언어로 해결해내는 정직한 책임감의 결합체다. 화려한 수사학으로 포장된 공약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연소하며 쌓아 올린 궤적을 가진 이, 바로 그 묵직한 서사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찾고 있는 것이다.
공약은 미래를 향한 설계도이지만, 후보의 인격과 역량은 과거의 행적에 기록되어 있다. 차가운 회의록의 행간 속에서 그가 어떤 언어로 공동체를 대했는지, 예산의 한계 앞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뇌했는지 읽어내는 것, 그 지난한 검증의 과정이야말로 주권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품격 있는 권리이자 예우다.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데이터라는 이름의 진실 앞에 머무는 시간은 그래서 고귀하다. 투표라는 행위는 마침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풍경을 그리는 일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선택은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 모르나, 실력으로 검증된 이에게 맡긴 한 표는 세대를 관통하는 단단한 초석이 된다. 분열과 혐오가 아닌, 실력과 책임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꾼다면 우리의 선택 또한 그러해야 한다.
기표소의 좁은 칸막이 안, 당신의 손끝에 닿는 도장에는 한 사람의 인격과 그가 짊어질 미래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고요한 찰나에 당신이 선택할 이름이, 소란한 시대를 넘어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진영의 장벽을 넘어, 실력이라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당신의 눈동자, 그 안에 이미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가장 정직한 이정표가 서 있다. 성숙한 유권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위대한 민주주의의 기록이다. 이번 선거, 당신이 그 무거운 책임의 끝에서 찾은 일 잘하는 사람이, 우리가 함께 꿈꾸는 내일의 실체가 되어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범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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