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친환경 경영 ESG 기반, 韓美 전략동맹 절실하다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2-05-20 11:15:40
중저가 분야 3~5년 내 中에 추월당할 우려
새정부, ESG경영·R&D 대혁신에 올인 해야
질좋은 일자리 100만개 창출, 제2 도약 낙관
▲권기환 칼럼니스트. |
“중국은 인공지능(AI), 바이오, 빅데이터, 양자 기술, 우주 등에서 우리보다 과학기술 수준이 높습니다. 반도체도 수년 내 중저가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가치를 연결 고리로 미국·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중국에 밀리는 전략 기술이 늘고 있다”며 “한미 간에 ESG라는 글로벌 가치를 기반으로 돌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ESG 전문가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상무, SK텔레콤 부사장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대담에서 그는 “한국과 미국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등 전략 기술을 키우기 위해 ESG 같은 글로벌 가치를 공유한다면 새 정부 5년간 100만 개의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규제 혁파, 노동 개혁, 교육 혁명, 산학연 연구개발(R&D) 대혁신, ESG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부강한 대한민국으로 재건하자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경제대국으로의 전환에 대한 발상이 대부분 유웅환 박사가 말한 대한민국 제2 도약의 경제정책 노선과 맥을 같이했다.
그는 반도체 전문가로서 중국 반도체굴기(半導體屈起)의 경쟁력을 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며 3~5년 내 우리가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DDR4·LPDDR5라는 D램 반도체를 이미 양산하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 나오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우리는 메모리에 비해 뒤처진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통신·모빌리티·바이오·양자·6세대(6G) 등 타 산업과의 융복합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선도적 기술 확보를 위한 경제대국의 경쟁력도 치열하다. 미국은 62조 원, 유럽연합(EU)은 71조 원, 중국은 170조 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 가운데서도 자율주행·로봇·스마트의료 등을 위한 초저지연(사물통신에서 종단 간 전달시간이 매우 짧음을 의미) 반도체를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기술 제휴를 늘리고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를 육성하고 공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를 운영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R&D 활성화도 중요하다. 설비투자 세액 공제도 확대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현재 파운드리·팹리스 강국인 대만은 20만 명 이상의 설계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가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반도체 기술 인력 10만 명 양성 계획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설계 실무자 7만 명, 아키텍트(설계) 및 R&D 인력 3만 명 육성을 위한 학부·대학원 정원 확대가 들어가 있다.
그가 말하는 반도체 기술 인력 양성은 질 높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반도체 기술 인력 10만 명 중에는 석·박사급의 설계 인력 외에 이공계 학부 졸업생 수준이 감당할 수 있는 설계 실무 인력도 있다.
뿐만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르익을 ESG 분야에서도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인수위에서 활동할 때 17개 부처의 ESG 정책을 점검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5년 동안 ESG 전용 자금 60조 원을 확보하면 1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59조 원 규모의 ESG(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민관 정책금융도 2030년에 31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좋은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
그는 또 차세대 반도체·바이오·6G·양자·우주 분야의 국가 전략 기술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미국·중국·EU·일본 등이 앞서가고 있다. 우리도 빨리 따라가야 경제 안보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실질적인 산학연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긴 호흡으로 때로는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하는 독창적 연구를 유도한다. 우리도 그 모델을 참고해 과학기술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일깨워야 한다.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어느 나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EU와 과학기술 협력을 늘리면 중국과도 사안별로 협력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과학기술 동맹 차원에서 ESG 기반으로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기술의 R&D와 인재 양성, 공급망 재편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미국 주도의 다자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적극 참여해 공급망 협력 등에서 우리 입장을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첨단 전략 산업 분야 공장 신설 등 많은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과학기술 동맹의 단초를 마련했는데 이번에 좀 더 고도화해야 한다.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과세제도로 EU가 내년부터 ‘탄소국경세’ 시범 도입에 들어가고 미국도 이를 적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우리나라도 ‘탄소국경세’부과에 대비해야 한다. ESG가 기후변화와 팬데믹 문제 해결의 열쇠일 뿐 아니라 일자리와 성장 동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수위에서 글로벌 ESG 경쟁력 향상을 위해 범정부 ESG 컨트롤타워를 제안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ESG 경쟁력을 높이려면 신산업과 일자리를 키우는 디지털 기반의 ESG 혁신 성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 데이터, 특허 등 지식재산(IP)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ESG 금융 활성화도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들이 융복합 R&D를 활성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규제보다 인센티브 중심의 ESG 정책을 원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유웅환 박사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보면 참으로 창의적인 발상이 많다. 새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새롭게 구축되고 제대로 운용된다면 제2의 도약, 새로운 대한민국, 경제대국의 꿈이 실현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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