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한글공부, 인생이 달라졌어요”
맹화찬 기자
a5962023@localsegye.co.kr | 2016-07-25 11:36:55
[로컬세계 맹화찬 기자]#.1“환갑이 넘도록 까막눈으로 살다가 한글교실에서 글을 배워 책읽기, 글쓰기를 할 수 있어서 공부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은행이나 병원에서 글씨를 쓰라고 하면 마음 조이던 것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2.“텔레비전 한글 자막을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손주들의 이름 석 자도 쓸 수 있어서 흐뭇합니다. 내 눈을 밝게 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뒤늦게 한글을 익힌 할머니들의 소감이다. 이들은 가난과 전쟁 그리고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문맹으로 살아오다 최근 글을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부산 서대신1동 주민자치회가 최근 ‘할머니 시인, 인생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마련한 백일장에서 참가자들이 글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할머니들은 시와 산문을 통해 가난에 대한 뼈아픈 기억, 뒤늦은 배움의 기쁨과 열정, 새록새록 느끼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소박하지만 진솔함이 배어있는 글들은 때로는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무장한 작가들의 글보다도 더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운 뒤 손주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주민자치회는 할머니들의 작품을 모아 오는 10월에는 골목시화전을 개최하고, 11월에는 문집도 발간할 예정이다.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