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들고 새벽마다 깨는 어르신, 나이 탓만 할 수 없는 ‘수면장애’

마나미 기자

| 2025-10-31 11:55:10

[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도 그럴까? 노인의 수면은 젊은 연령대와 비교하면 양적,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먼저 수면시간이 젊었을 때에 비해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 수면시간은 6~7시간으로 일반 성인보다 약 1시간 정도 줄어든다.

주목할 점은 밤 수면이 줄어드는 대신, 낮잠이나 이른 취침으로 보상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낮잠을 자고 해가 떨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들곤 한다. 노인 수면 문제는 ‘수면시간 부족’ 보다는 ‘수면 효율 저하’가 특징적이다.

먼저 깊은 수면(비REM 3단계)이 줄어들고, 얕은 수면이 많아진다. 쉽게 잠이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즉 잠자리에 있는 시간 대비 실제 수면 시간이 짧아 ‘잔잠’을 자는 양상이 많다. 또한 이른 저녁에 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조기 각성’이 흔하며, 밤보다는 낮잠이 늘어나는 ‘주야 리듬 변화’가 나타난다.

세란병원 신경과 김진희 과장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는 생체 시계가 앞당겨져 저녁형이 아침형으로 변하는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사람의 생체리듬은 햇빛이 중요한 동기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 수면 리듬이 앞당겨져 저녁 8시에 졸리고 새벽 3~4시에 기상하는 패턴이 나타난다.

세란병원 신경과 김진희 과장은 “노인은 실내 생활이 많아 햇빛 노출이 적어지고, 생체 시계를 리셋할 수 있는 ‘광 자극’이 약해진다. 신체 질환과 수면제, 이뇨제 등 약물 복용, 우울증, 낮잠 습관도 리듬 불균형을 유발한다”며 “이른 저녁에 졸리고 새벽에 일찍 깨는 조기 수면 위상형이 노인에서 가장 흔하다”고 설명했다.

코골이와 함께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도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상태가 반복되며 신체에 산소 부족과 여러 합병증을 일으킨다. 65세 이상 인구의 20~40%에서 발생하며, 깊은 수면이 줄고 깨는 횟수가 많아진다.

세란병원 신경과 김진희 과장은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수면의 질이 저하됐다고 느끼는 고령층이라면, 병원에서 하루 숙박하며 수면 중 뇌파, 호흡, 심박수, 산소포화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수면검사를 실시하면 좋다”며 “노인 환자는 노화로 인한 생리적 변화, 전신 질환의 영향으로 수면장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진희 과장은 “수면검사를 실시하면 심부전, 고혈압, 뇌졸중, 치매 위험을 높이는 수면무호흡증까지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코골이와 주간 졸림,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다면 수면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으므로 고령층이라면 수면 패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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