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의 풍경소리] 부처님오신날을 경축하며(1)
한상면 기자
samhan38@naver.com | 2022-04-21 12:12:56
▲세계불교승가청년연합 총재 상산 |
2022년 5월 8일은 음력으로 4월 8일 석가탄신일이다. 다른 말로 ‘부처님오신날’ 혹은 ‘부처님 생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해당 공휴일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석가탄신일은 어버이날과 겹친다. 한 달 전부터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리고, 절 근처에서는 관련 행사를 준비를 하고 있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부처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직장인들은 크리스마스처럼 5월마다 찾아오는 석가탄신일 휴일을 맞아 가까운 사찰로 여행을 떠나는 등 여유로운 하루를 보낸다. 특히 연등행사는 불자이건 아니건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함께 즐겨온 민속명절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부처님의 탄생을 경배하는 것은 물론 ‘참 나’를 찾겠다는 발심을 내고 부처님의 중생구제원력을 세워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불자들은 중생의 병의 종류에 맞춰 약을 주셨던 부처님과 같이 이 시대의 중생의 고통에 맞게 처방을 해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와 정신적 혼돈, 남북 분단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교적 갈등과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 또한 우리 불자가 이 시대에 처방해야 할 과제들이다.
석가탄신일에 대한 유래나 날짜에서는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심지어 석가모니의 탄생 연도와 탄신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며, 정확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대의 인도인들은 역사 기록 자체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아 부처의 탄생 연도는 물론 열반 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불교권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연대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해를 기원전 624년으로 하고 세상을 떠난 해를 기원전 544년으로 하고 있다. 이는 스리랑카, 미얀마, 타이 등 남방 불교권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1956년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열린 세계불교대회에서 그 해를 불기 2500년으로 정하였다.
부처님 오신 날을 설명할 때 ‘불기’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서기 2022년인 올해는 불기 2566년이다. 예수님 탄생을 기준으로 서기를 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불기는 부처님이 2566년 전에 탄생했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불기의 기준은 부처님이 열반한 해다. 즉 기 2566년이라는 것은 부처님이 열반한 지 2566년 만에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부처님이 탄생하거나 열반한 해와 날짜가 사료에 정확히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후대의 학자나 신도들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그 시기를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열반 시점을 추측하는 것도 나라마다 달랐다. 결국 1956년 세계불교도우의회(WFB)에서 부처님의 열반 시점을 BC 544년으로 통일하면서 올해로 불기 2566년을 맞게 된 것이다.
불기는 석가모니가 열반한 즉 세상을 떠난 해를 기원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따르면 서기 2022년은 불기 2566년에 해당한다. 석가모니는 80세에 열반하였으므로 불기 2566년은 석가모니가 탄생한 지 2566년이 되는 셈이다. 이점은 오늘날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 서력과는 다르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연대가 앞선 기원전 10세기를 열반 연도로 보는 설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를 북방 불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이 설을 따르고 있었다.
불교 최대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을 사월초파일이라고도 부른다. 기독교의 성탄절과 달리 부처님 오신 날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등 북방불교(대승불교)권에서는 4월 8일이다. 이 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음력 4월 8일, 일본은 양력 4월 8일을 기념한다. 일본의 부처님오신날이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 달가량 빠른 셈이다.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 남방불교권에서는 웨삭 데이(Vesak Day)라는 이름으로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데, 이 날은 음력 4월 15일이다.
불교가 국교인 남방불교권에서 웨삭 데이는 국가 차원의 축제로 치러진다. 1956년 네팔에서 열린 WFB총회에서 양력 5월 15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지정했다. 그러나 양력 날짜와 보름달이 뜨는 날짜가 차이가 생기면서 1998년 총회에서 양력 5월에 보름달이 뜨는 날, 즉 음력 4월 15일로 정해져 지키고 있다. 보름달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태어날 때도 어머니인 마야 부인이 보름날 수행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 불교에서는 부처님오신날 외에도 성도재일(음력 12월 15일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날), 출가재일(음력 2월 8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 등을 4대 명로 따로 지키고 있다. 반면 남방불교에서는 이 날들을 모두 묶어 웨베삭 데이로 지낸다. 양력 4월 8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지내는 일본은 이때 ‘하나 마츠리’를 개최해 불단에 꽃을 바친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는 서울시내 중심부에서 펼쳐지는 연등축제다.<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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