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1-30 13:01:59


                       

                      인 연

                                                이승민

찻잔 속으로 떨어지는
햇살 한 자락이
어제의 빛이 아님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우리는 늘 내일이라는 기약 속에 살지만
생의 수레바퀴 아래 
다음이란 이름의 정거장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요람에서 터뜨린 울음부터
고요히 감길 마지막 눈꺼풀까지
그 아득하고도 짧은 한평생의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만 번의 바람과 스쳐 지나갑니다

그 무수한 바람 중
지금 내 곁을 머무는 당신은
우주가 빚어낸 단 한 번의 기적입니다

설령 내일 다시 마주 앉아 차를 마신들
오늘의 공기와 오늘의 온도와
지금 이 마음의 무늬는 결코 같을 수 없기에
옷깃을 여미고 당신의 눈동자에 온 마음을 담습니다

안일한 나중의 약속으로
오늘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이 생의 마지막 만남인 듯
뜨겁고도 정갈하게 당신을 대접하려 합니다

우리의 인연이 찰나의 불꽃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 찻잔이 식기 전
진심을 다해 마주한 오늘이 있다면
우리의 한평생은 후회 없이 
빛나는 조각들로 채워질 것이니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
내 생애 단 한 번뿐인 
이 눈부신 인연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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