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고려역사까지 넘보는 동북공정-동북공정과 만주의 영토권(ⅩⅨ)

마나미 기자

| 2025-02-07 13:37:28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본 칼럼 제6회에서, 한사군 중 하나인 현토군의 고구려현에서 고구려가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는 한족 중국의 억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동북공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족 중국 학자들이 내세운 이론 중에, 손진기는 고려역사도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낌새를 드러냈다고 했다.

대진국 발해를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는 한족 중국으로서는, 대진국 발해 유민들이 스스로 고려를 택하여 대거 유입된 역사적 사실에 대처하는 방안 중 하나인 것은 빤한 일이다. 그러한 속내를 간파하여 허황된 주장이라고 일축할 수 있지만, 무조건 허황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고려사' 「고려세계」에 고려 태조 왕건이 당나라 숙종의 서손(庶孫)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려사' 「고려세계」에는 당 숙종이 즉위하기 전에 산천을 두루 여행하다가 보육의 집에서 한 달을 머물며 보육의 딸 진의와 잠자리를 같이해서 왕건의 할아버지인 작제건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 「고려세계」에 기록된 왕건의 계보는 호경⇒강충⇒보육⇒진의(보육의 딸)와 당 숙종⇒작제건⇒융⇒왕건으로 정리된다. 내용을 분석해 보면 '삼국유사' 「기이제1」에 실린 무열왕과 결혼한 김유신의 동생 문희가, 언니 보희가 서악(西岳)에 올라 오줌을 누니 그 오줌이 서라벌을 가득 채웠다는 오줌 꿈 이야기를 치마를 주고 샀기 때문에 김춘추와 정을 통하여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표절하여, 보육의 딸 진의가 나이 겨우 15세 때 그의 언니가 오관산(五冠山) 꼭대기에 올라가 소변을 보니 천하에 흘러넘쳤다는 꿈을 비단 치마를 주고 샀기 때문에 숙종과 동침하여 작제건을 낳았다는 조잡한 설화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문제 거리로 삼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물론 조선 초 사대사상에 젖은 정인지를 비롯한 학자들에 의해서 묘사된 부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엄연히 잘못되게나마 기록된 역사서가 있는 한, 한족 중국의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응론을 준비해야 한다.

비록 왜곡되게 기록한 부분이 많지만, 송나라 서긍이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고려가 고조선과 고구려, 대진국 발해의 뒤를 이은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들 스스로 기록한 역사서에 고려가 고구려의 뒤를 이었다고 되어있으니, 고구려 역사를 한족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 역시 한족 중국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족 중국의 바람일 뿐이고, 우리 한민족으로서는 고려가 우리 역사이므로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는 논리를 세워, 동북공정에 역으로 대응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요즈음 식민사관을 벗어나 고려영토를 새롭게 정의하는 학자들이, 고려 서경은 북한의 평양이 아니라 고구려의 평양성이었던 요하 유역의 요양이고, 서희가 개척한 강동 6주 역시 요하 유역이라는 근거 있는 논리에 의해서 고려영토가 요하 유역에 이른다고 정의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 기회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

모름지기 손진기를 비롯한 중국 학자들은 이미 고려 서경과 강동 6주를 통한 고려영토에 대한 진실을 간파하고 그에 대해 선수를 치기 위해서 고려의 건국을 언급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냥 맥 놓고 있다가는, 한족 중국은 '고려사'의 당 숙종에 관한 기사를 앞세워 동북공정 이상으로 강한 역사 왜곡과 날조된 허상으로 고려 역사가 한족에 뿌리를 둔 한족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미 동북공정에서 주장하기 시작한 대로, 신라를 제외한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송두리째 한족 중국의 변방 역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손진기는 “오늘날의 조선족은 고대 조선반도 남부의 삼한에서 비롯되어 신라인을 핵심으로 형성되었다. 당(唐)이 대동강 이남 지역을 신라에게 주고 요(遼)가 압록강 이동 여진 영토를 고려에게 주었다. 명(明)은 토문강 이남의 땅을 조선에게 주었다”라고 함으로써 일단 요나라를 중국 역사에 편입한 후에, 한족 중국왕조가 우리 한민족의 군주국으로 영토를 하사했음은 물론이고 우리 한민족은 신라의 후손으로 그 영토는 대동강 이남에 머무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손진기가 이렇게 우리 한민족의 역사와 영토를 왜곡하며 대동강 이북의 역사를 한족 중국 역사로 만들겠다고 선수를 치는 것은, 만주의 역사를 형성한 영토문화와 동일한 한반도 영토문화를 한족 중국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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