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지역을 죽인다”… 폐광의 끝에서 다시 미래를 묻다
박상진 기자
8335psj@naver.com | 2025-10-20 16:31:46
“국가가 약속한 회생의 실험, 이제는 통제가 아닌 혁신으로 전환해야”
[로컬세계 = 박상진 기자] 석탄산업전환지역 주민들이 국가의 책임 이행을 촉구하며 강원랜드 규제개혁을 공식 요구했다.
폐광지역 주민단체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석탄산업전환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원랜드 규제개혁 건의문’을 제출하고, 강원랜드를 단순한 사행산업이 아닌 “국가가 만든 회생 실험장”으로 재정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단체는 “1995년 정부의 일방적인 폐광조치에 맞선 결사투쟁 끝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 제정됐고, 그 결과 강원랜드가 세워졌다”며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은 인구감소와 산업 침체로 여전히 소멸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강원랜드는 ▲게임 테이블 수 160대 제한 ▲영업시간 18시간 단축 ▲내국인 출입 월 15일 제한 등 이중·삼중의 규제 아래 놓여 있다. 주민들은 이러한 규제가 “중독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의 생존을 옥죄는 족쇄”라고 지적했다.
공추위는 건의문을 통해 “규제가 지역을 지탱하는 산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다섯 가지 개혁과제를 국회에 제시했다.
첫째, ‘월 15일 출입 제한’의 전면 폐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비판이다. 주민단체는 “출입일수 제한은 도박 중독 예방 효과가 없고 오히려 1회 체류시간을 늘려 부작용을 키운다”며 “개인별 이용시간과 지출을 사전에 설정하는 ‘시간·지출 총량제(Pre-commitment)’로 전환하면 중독 관리와 이용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둘째, 강원랜드를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육성
공추위는 강원랜드를 단순한 카지노가 아닌 국가 전략산업의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5년까지 시설 확충, 인프라 개선, 문화·리조트형 콘텐츠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이를 K-관광산업의 핵심 축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일본 오사카 IR 개장으로 촉발될 해외 원정 수요 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과 신속 인허가
주민단체는 “2032년까지 비게임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고 연간 방문객 1,000만 명을 유치하려면
호텔·공연·웰니스·가족형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6~2035)」에 평창–정선선 단선 연결사업을 반영하고, 인천·양양공항을 잇는 직통 셔틀망 구축을 병행해야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지역관광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넷째, ‘폐특법’ 일몰 폐지와 상시법 전환
공추위는 “한시법 체계는 지역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고 장기 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폐특법을 「석탄산업전환지역 지원법」으로 전환해 경제 회생과 주민 생활 지원의 상시적 제도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10년마다 법 연장을 요구해야 하는 현실은 국가 책임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중독 관리와 지역환원 시스템의 혁신
“규제 완화가 곧 방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자는 제안”이라고 주민단체는 설명했다. 강원랜드 수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연동 방식으로 중독 치유·재활·고용 복귀 프로그램에 환원하고, 이용자 위험도에 따라 교육·상담·쿨다운 시스템을 도입해 실질적인 회복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폐광의 끝에서 산업전환의 길을”
공추위는 “강원랜드는 국가가 주민과 맺은 약속의 산물이며, 30년 전 국가가 시작한 회생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규제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도덕적 통제가 아닌 육성과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강원랜드 규제개혁은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석탄산업전환지역의 생존권, 그리고 대한민국 관광·레저산업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과제”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원랜드 규제 개혁 건의문 전문이다.
석탄산업전환지역 경제 회생과 글로벌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원랜드 규제 개혁 건의문
존경하는 이철규 위원장님과 김원이, 박성민 간사님을 비롯한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님들의 우리 지역 방문을 환영합니다.
여러 의원님들께서 지역 현장을 직접 찾아주신 것은, 폐광지역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보고자 각오를 다지고 있는 우리 주민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합니다.
강원랜드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폐광지역의 현실 우리 주민들은 지난 시기 정부의 일방적인 폐광조치에 맞선 결사 투쟁으로 1995 년 3.3 합의에 이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폐특법”)의 제정을 이끌어냈고, 이 법을 근거로 폐광지역의 경제 회생과 주민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이곳에 설치되어 지금까지 운영돼 왔습니다. 광부들을 조국 근대화의 역꾼으로 칭송하던 국가가 어느날 갑자기 에너지 합리화를 명분으로 삶의 기반을 일거에 붕괴시키는 소멸의 벼랑 끝에서 주민들은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책임 있는 역할과 지역 회생을 바랐던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 지역은 모든 지표에서 전국 최악의 인구소멸 지역으로 전락해 있습니다.
법적 불안정성과 규제 중심 관리 체제의 근본적 한계 내국인 카지노는 폐광 조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으로서, 대체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지방 재정 확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정책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 탓에 당국은 내국인 카지노 설치의 본래 목적을 잊은듯 이를 “규제 대상”으로만 취급해왔습니다. 2018 년에는 게임 테이블 수를 180 대에서 160 대로 축소했고, 영업시간을 20 시간에서 18 시간으로 줄였으며, 내국인 출입일수를 월 15 일(연 148 일)로 제한하는 등 이중삼중의 규제를 가했습니다.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인 낙인과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규제 중심의 통제 체제에 갇혀, 강원랜드의 성장은 정체되었고 지역 경제와 투자는 위축되었으며 인구 유출은 가속화했습니다. 10년마다 낭떠러지에 몰린 주민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폐특법이 몇 차례 연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법적 안정성이 취약한 내국인 카지노는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혁신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행 규제정책의 주요 문제점
① 이용일수 제한의 시대착오적 역효과
‘월 15 일 출입제한’은 도박 중독 예방이라는 명분과는 정반대로, 1 회 체류시간을 길게 만들어 오히려 중독 리스크를 높이고, 숙박·공연·식음료 등 비게임 소비 전환을 가로막아 복합리조트로의 발전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방해합니다. 출입일수 제한, 테이블수 규제 등은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사업을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보지 못하고 “통제해야 할 위험”으로만 보던 시대의 낡은 유물입니다.
② 내국인 카지노의 경쟁력 상실과 국부 유출
가뜩이나 입지 조건이 불리한 내국인 카지노의 길목에 규제 당국이 서슬퍼런 칼날을 들고 서서 매출·홍보·시설투자·콘텐츠확장 등 모든 면을 통제하는 동안, 매년 약 20 만 명의 한국인이 해외 카지노로 이탈하고 있습니다. 특히 VIP 고객의 해외 ‘원정’이 가속화하여 정부 측 통계로만 보아도 거의 3~5 조에 달하는 국부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가 2030 년에 개장하면 이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석탄산업전환지역 경제의 버팀목인 내국인 카지노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③ 온라인 불법 도박 확산이라는 풍선 효과
강원랜드 카지노에 집중되는 과도한 규제는 선량한 국민들의 합법적 여가 수요를 불법 온라인 시장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감위 자료에 따르더라도 현재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2022 년에 이미 100 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합법 시장을 억누른 결과가 세수 손실과 범죄 확산이라는 역효과만 낳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규제 당국만 이 문제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지나친 규제는 합법 시장을 위축시켜 불법 온라인 도박을 조장하고 세수 확보와 지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④ 법의 불안정성과 투자 위축
근본적으로 폐특법의 일몰 규정은 강원랜드의 장기 투자와 고용 계획을 가로막고 지역 내 투자 유입에 결정적인 걸림돌을 만듭니다. 지역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폐광지역 경제 회생”은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것입니다. 그동안 지역의 자생력을 만들기 위해 당사자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만, 산업이 사라져 버린 지역에서 유일한 동아줄이 된 내국인카지노 사업이 한시법에 묶여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 것이 결정적 걸림돌이었다는 점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규제 혁파의 필요성과 정책 제안
지난 30 년간 카지노의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견디어 낸 지역 주민들은 이른바 사행산업의 무분별한 확산과 욕망의 방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국가가 주민과 합의한 “폐광지역의 회생”이라는 목적이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제도와 기준이 시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살리기 공추위는 위원님들께 다음과 같은 사항을 삼가 건의드립니다.
① ‘일수 제한’의 전면 재검토 및 ‘시간·지출 총량제’ 즉시 전환
세계 어디에도 없는 비합리적인 ‘월 15 일 출입 제한’을 폐지하고, 개인별 이용시간을 사전 설정하는 제도로 전환해 주십시오. 개인별 이용 시간을 사전 설정하는 사전약정(Pre-commitment) 제도로 바꾸어 중독 예방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용 효율은 높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비카지노 부문으로의 전환률도 상승할 것입니다.
② 강원랜드 글로벌 복합리조트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내국인 카지노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복합리조트 사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주십시오. 강원랜드는 2035 년까지 대규모의 재원을 투입하여 단계적 시설 확충, 인프라 개선, 리조트형 콘텐츠 강화 등 3 대 축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복합리조트로의 도약을 위해 중장기 계획를 수립해 놓고 있습니다.
석탄산업전환지역의 미래를 위하여 강원랜드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 프로젝트를 K-문화관광벨트의 핵심인 관광·문화·레저 분야의 국가 전략 과제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③ 신속한 시설 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해택 및 신속 인허가의 허용
강원랜드가 2032 년까지 목표로 세운 비게임 매출 30% 달성하고 연간 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호텔·공연장·웰니스·가족형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및 패스트트랙 인허가를 허용해 주십시오. 눈 앞에 닥친 일본발 글로벌 복합리조트의 강력한 도전을 이겨내려면 교통망에 대한 신속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제 5 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2026~2035)에 ‘평창–정선선 단선 연결사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예산 마련 등 국회 차원의 도움을 주시고, 인천·양양공항과 정선을 연결하는 전용 셔틀·패스트트랙 교통망 구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십시오. 접근성이 현저히 개선되어야만 외국인 관광객 유입·체류형 관광 활성화·지역경제 성장·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④ 폐특법의 일몰 폐지와 상시법 전환
폐특법을 “석탄산업전환지역법”으로 재규정하고 경제 회생과 주민생활 지원을 위한 상시법으로 전환하여 지역 산업의 지속성과 정주 여건의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해 주십시오. 매번 연장되는 한시법 체계는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고 인구 이탈을 조장합니다. 지난 30 년간 드리워진 폐광이라는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석탄산업전환지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앞으로의 30 년을 설계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희망과 열정에 화답해 주십시오.
⑤ 중독 관리 및 지역환원 시스템의 개선
강원랜드의 수익 일부를 중독 치유·재활·고용 복귀 프로그램에 성과연동 방식으로 환원하도록 법제화해 주십시오. 규제 완화 요구가 게임 중독을 방임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은 아닙니다. 이용자 위험도에 따라 맞춤형 교육·쿨다운·상담을 제공하고, 강원랜드의 이익 중 일정 비율을 지역 치유·재활·고용 복귀 프로그램에 환원하도록 해주십시오. 이렇게 한다면 규제 완화와 사회적 책임을 조화시킬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이철규 위원장님을 비롯한 산자중기위 위원님 여러분,
강원랜드는 단순한 사행산업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가 주민과 합의하여 만든 유일한 지역 회생의 실험장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글로벌 표준과 시대의 변화 추세를 따라 ‘규제와 통제’가 아닌 ‘육성과 혁신’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도덕적 규제에만 머무는 지금과 같은 틀로서는 지역도 산업도 국가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강원랜드 규제 혁파는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석탄산업전환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우리나라 복합리조트 산업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해 시급하고도 중요한 최소한의 과제입니다.
위원님들께서 이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에 부디 전해 주시고, 폐광지역이 진정한 산업전환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5 년 10 월 20 일
석탄산업전환지역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지역살리기 공추위 올림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