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에 노출된 한국
오영균
gyun507@localsegye.co.kr | 2015-02-27 14:33:24
▲이자하 세종경찰서장이 총격사건에 사용된 엽총을 앞에 두고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25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은 피의자 강모씨가 사실혼 관계였던 김모씨와 편의점에 동업 투자했던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갈라선 것이 갈등 요인으로 보인다.
경찰은 강씨가 김씨 가족과 운영했던 편의점 투자에 따른 돈 회수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의 허술한 총기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오전 6시 25분경 충남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에 범행 이틀 전 보관 중이던 엽총 2정을 제천 단양에 사냥 간다며 인출한 뒤 딸 소유 7인승 승합차를 몰아 장군면 금암리로 이동했다. 경찰이 내준 그의 총은 이탈리아와 미국산으로 길이 120㎝ 정도에 개머리판이 나무로 된 사냥용 총이었다.
범행현장은 공주영상대학 방향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옆으로 김씨 가족은 편의점, 주택, 원룸, 노래방 등 직접 운영을 하거나 세를 주는 4개 건물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강씨는 손위 처남인 김씨의 둘째 오빠가 출근을 위해 아들(22)과 함께 집을 나와 주차된 승용차에 오르자 운전석 문을 열고 머리를 조준해 살해했다. 당시 조수석에 탄 아들은 차에서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다.
▲피의자 강씨가 사실혼 관계였던 김씨와 동업 투자한 편의점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사진은 불에 탄 편의점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로컬세계 |
강씨는 첫 살인 뒤 바로 옆 아버지 김(74)씨의 집으로 들어가 식사 중인 김씨를 살해했다. 이어 김씨의 처와 큰아들 등 식구들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김씨 집을 나와 바로 옆 편의점에 들어가 카운터 안에 있던 동거남 송모(52세)씨를 총기 살해 후 시너를 뿌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승합차량을 타고 달아난 강씨는 오전 11시경 범행 현장에서 4㎞ 떨어진 금강 하천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엽총 2정은 강씨 시신의 배 위와 차량 안에서 각각 발견됐다. 강씨는 발견 당시 32발의 실탄을 소지하고 있었고 범행과 관련, 사용한 총알은 5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허술한 총기관리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엽총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허술한 총기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총기의 정상적인 소지허가 및 수렵기간중에 입출고 절차가 총기범죄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언제든지 전국에서 총기 살해사건이 재발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총기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이 이틀 연속 발생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개인이 소유한 총기류는 17만정이다. 살상력이 강한 엽총과 공기총은 각각 3만7424정, 3만7374정에 이른다.
개인이 엽총, 공기총 등 총포류를 소지하려면 관할경찰서 허가를 받아 수렵면허증이나 유해 야생동물 포획 허가증 등을 갖춰야 한다.
▲피의자 강씨는 김씨의 둘째 오빠가 탄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고 머리를 조준해 살해했다. 이 차량 조수석 창문에는 총탄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로컬세계 |
살상력이 강한 엽총과 공기총 중요 부품은 경찰서 무기고에 영치하고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총기 구매와 소지가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총기 안전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경찰이 밝힌 규정에 따른 총기 입·출고에 문제가 없었다 해도 이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살상용 엽총·공기총은 수렵기간 어려움 없이 총기를 출고할 수 있고 오전 6시부터 출고해 오후 10시까지 입고시키면 된다. 개인이 정상적인 총기 소지 허가를 받고 규정에 따라 경찰서에서 총기를 출고한 뒤 범행에 악용한다면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개인이 최대 500발까지 총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범행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 사회는 총기 밀수 등 개·변조를 통해 음성적으로 보유 중인 총기류가 늘고 있다. 사법당국의 최소한의 통제조차 없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총탄이 구비된 상태에서 불법 유통되는 총기만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총격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한국은 총기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살상력이 있는 엽총 등의 총탄 개인관리는 개인이 500발까지 1년 내내 집과 사무실 등에 소유하고 있어도 현재로서 법 규정상 물리적으로 제재 방법이 없다″ 며 “음성적으로 보유중인 살상 총기류는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것 외에 통제 방법이 없고 수렵지역에서 목적대로 쓰는지 알 수 없어 살상력 있는 총기와 탄환 관리에도 통제관리 시스템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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