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제언> 회피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조원익 기자

wicknews1@naver.com | 2020-09-22 15:00:07

오성모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필자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탭에 접속하여 전날의 기사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사의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면 기사의 내용 밑에 항상 보이던 댓글난이 사라진 모습에 어색함이 느껴진다. 모든 기사에서 댓글 기능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흔히 3대 포털사이트로 불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연예·스포츠 면에서는 댓글 기능이 중단된 상태이다.


포털 사이트들은 각각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막기 위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들로 인해’라는 이유로 연예·스포츠 면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3사 모두 악플이라 불리는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 사례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댓글 기능의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폐지 이전에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었고, 지금도 스포츠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악플에 신음하고 있다.

분명히 악플은 방치해선 안 될 사회적 문제이다. 다만 필자는 과연 댓글 기능을 폐지한 포털사이트들의 결정이 악플이라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문제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 진행된 결정은 근본적인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채로 오히려 문제를 방치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문제 상황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다룬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그 상황과 현실 간에 괴리가 있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고, 그를 실행에 옮기는 ‘문제 상황에 대한 진단–해결책 제시-실행’이라는 3가지 단계로 요약된다.

이를 댓글 폐지가 이루어진 배경에 대입해보면 이상적인 댓글난의 모습은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 활발한 의견 교류가 이루어지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악플은 그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 간의 괴리가 나타난 부분이다. 포털 사이트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댓글난에서 악플을 쓰는 이용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여 기존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기존 댓글 시스템에 존재하던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여 인력을 더 동원해서라도 악플은 물론 그 작성자를 제재하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나올 수도 있다. 만약에 이런 대책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효과를 거둔다면 다른 공간에서도 악플을 방지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들은 악플이 발생하는 공간 자체를 폐쇄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만 면하면 된다는 식의 가장 원초적이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기존에 댓글이 가지고 있던 건전한 의사소통의 공간이란 이점을 포기하고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앗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필자가 댓글 폐지라는 조치가 문제 해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폐지된 연예면과 스포츠면에서만 보아도 그동안 관련 종사자들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서, 경기 중계나 방송 게시판에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던 현상이다. 단순히 기사의 댓글을 작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악플은 그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단행한 결정이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포털사이트가 가진 악플에 대한 책임은 악플이 발생하는 공간을 제공하고도 그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악플을 일삼는 이용자들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통한 댓글난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포털사이트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으로 댓글 신고 시스템과 비속어 필터링 AI를 도입한 시도는 존재했다. 그러나 필자가 목격한 바로는 이전의 댓글난에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악의적인 댓글을 작성하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이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쉽게 확인되었다.

그런 상태가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들이 말한 대로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단순히 악플이 발생하는 공간 자체를 제거하는 선택을 한 것은 관리에 대한 책임 회피는 물론 공간 제공에 대한 책임조차 피하겠다는 면피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


포털사이트들이 그들의 말처럼 정말 악플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에게 책임을 느낀다면 그동안 댓글이라는 공간을 제공하고도 그것을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할 것이다. 공간폐쇄라는 원초적인 방법이 아닌 건전한 비판과 칭찬을 할 수 있는 댓글이 존재하면서도 상처 주는 악플을 걸러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말이다.  오성모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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