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제비아파트 ‘눈길’

최원만

cwn6868@localsegye.co.kr | 2015-08-26 15:55:55

의왕시 초평동 주민들에게 명소로 떠올라
풍부한 먹잇감·보존된 자연생태로 번식기마다 귀소

▲경기 의왕시 초평동 정순배 씨 가옥 처마에서 새끼 제비들이 어미 제비가 먹이를 갖고 오자 부리를 벌리고 있다.
[로컬세계 최원만 기자] 경기 의왕시 초평동 한 가옥에 수십여 마리의 제비 무리가 한 데 모여 살고 있어 화제다.


정순배(72세)씨 가옥 처마 밑에는 2012년부터 제비들이 둥지를 틀면서 모여들기 시작해 현재는 총 10여개 둥지에 약 40여 마리의 제비 가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하루종일 제비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정 씨의 집은 ‘한지붕 아래 제비아파트’를 연출하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정 씨에 의하면 처음에 2~3마리에 불과했던 제비들이 매년 4월과 7월경 꾸준히 새끼 번식을 하면서 현재는 40여 마리까지 늘었다.


마을 주민들은 “제비는 귀소성이 강해 여러 해 동안 같은 곳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정 씨 가옥 특유의 넓은 처마가 새끼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과 부합돼 계속 둥지를 트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 바로 앞에 자연생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왕송호수가 자리잡고 있고 농작물이 많은 주변여건으로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제비들이 다시 찾는 이유로 꼽힌다.


여름내내 어미 제비들은 새끼들을 위해 아침부터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분주했고 지금은 다 큰 새끼 제비들과 함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정 씨는 “매일마다 분비물을 치우는 게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길조로 여기기 때문에 한번도 싫거나 귀찮은 적은 없었다”며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비들 덕분에 항상 가정과 마을에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흔한 여름새로 쉽게 볼 수 있었으나 환경파괴로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우리나라 대표 여름철새 제비. 정 씨는 처마 밑 제비집을 보면서 벌써부터 내년 봄에 다시 찾아올 제비들을 기다리고 있다.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