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 ‘관세 폭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5-02-19 15:32:16
아직 관세 부담없는 조선업 앞세워 美군함 수주에 총력전
최 권한대행 “역대 최대 360조원 무역금융 지원계획 수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보편관세 25%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중국도 미국의 석탄-액화천연가스 등 일부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예고해 교역 국가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관계이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557억 달러(한화 81조원)에 달하는 등 무역 수지를 따져 상호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출 비중이 높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산업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철강산업은 이미 미국에서 연간 무관세 수출물량을 70%로 제한받는 쿼터제를 적용받아 왔다. 미국의 이번 관세 강화 조치와 철강 쿼터제가 어떻게 맞물릴지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지만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일변도의 관세 인상 기조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관세 총구’가 아직 한국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로 한국에 미치는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또한 미국이 4월 1일부터 자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맞춤형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한국에도 트럼프의 맞춤형 관세 위협이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FTA 체결로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했기 때문에 관세율을 표적으로 삼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수출이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한국 경제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특정 산업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 무역 감소로 한국의 수출과 소득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타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전선의 공급망 재편과 강달러 등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한국 소비자의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관세전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구재 소비와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 될 수 밖에 없다.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와 미국 외 일본·중국·유럽 등과 유대를 강화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거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주요 산업에 미치는 미시적인 충격은 산업별·기업별로 상이할 수 있다. 철강의 경우 트럼프가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했지만 미국 내 업체들도 덩달아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 내 철강 유통 가격이 급등했고 현재 급등한 미국 내 가격이 유지된다면 다행히 국내 철강업체들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물량이 없고 트럼프가 수시로 협력 대상이라고 공언하는 만큼 순탄할 수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어떤 형태의 관세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부과할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뒤집고 어떻게 재협상을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기 때문에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돌파구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대응을 마련했다고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미국 내 생산 확대가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이 협력을 원하는 조선산업을 방패삼아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트럼프의 위협에 미시적·거시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하는 이때 정부와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계엄의 늪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쨌거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비상사태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미국발 관세 부과에 대응해 '통상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국발 통상 전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별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통상 총력전"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관계 부처 장관들과 수출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수출기업 지원액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 플러스알파의 무역금융 지원과 함께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대책 등 ‘범정부 수출 대책’을 곧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후에 걸쳐 그동안 예상된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수출 기업 등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통상 대응책을 면밀히 준비해 왔다. 그러면서 최 권한 대행은 "민·관이 원팀이 되어 대미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 활동도 각급에서 입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안보·통상 라인을 총가동해 미국 내각, 주정부, 상·하원 등과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통상협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변화 속에는 언제나 기회가 숨어있다"며 "민·관이 '글로벌 팀 코리아'로 똘똘 뭉쳐 힘을 모아간다면 작금의 통상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으며,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과 관련해 "20일 국가AI위원회를 개최해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실행 전략을 논의하고, 'AI+사이언스 활성화 방안' 등 시급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직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수감 된 상태이고 헌재의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돌입하는 등 나라 안팎이 좋지 않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다소의 안도감은 최 권한대행이 경제 각료 출신의 ‘경제 통’이란 점이다. 번쩍이는 지혜로 트럼프 ‘관세 포탄’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묘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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