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표현에 있어 나의 시각적 재현이라?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04-24 15:47:26

이훈정 서양화가

미술이 대상의 시각적 재현이라는 표현 형식의 굴레에서 해방되었을 때 화가들은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시각적 재현이라는 활동 영역을 시적 사유와 심상의 표현이라는 더욱 넓은 지각과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작가의 예술적 영감의 촉수는 주로 종교와 자연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둘 중 어느 경우에도 관심의 중심에는 주로 생명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나 역시 작가로서의 출발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생명의 문제에 집중해 왔다.

모든 물질은 그 자체로 생명이 있으며 스스로의 영혼의 작용에 의해 살아 있다고 보는 물활론(物活論)에서 흔히 동원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연을 의인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시와 음악, 미술에서 이러한 자연의 의인화를 상당히 많이 경험해 왔다. 그중에서 꽃은 가장 일반적인 모티브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예술가들로부터 자신들의 작품에 등장하도록 요청을 받아왔다.

감사 72.2 x 60.6cm oil on canvas

최근에는 제 작품에서 꽃을 주요 모티브로 사용한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정물화나 풍경화에서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한 꽃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자신과 꽃과의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여 밀착하려는 듯이 대상에 다가가서 관찰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표현된 화면에서 꽃잎 하나하나의 모습이 비록 작은 꽃이지만, 그 잎 하나하나의 끝부분이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듯하게 빳빳한 모습으로 표현되며, 그러한 잎들 하나하나에 마치 초월적 존재의 축복처럼 내려앉는 햇빛의 모습을 곁들인 화면에서 관람자들은 자연스럽게 생명의 주제와 성장과 부활을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으며, 스트라톤은 모든 사물이 곧 모든 정신적인 존재가 물질로 환원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오래된 마을의 담장 밑에 피어난 꽃이나 그 꽃에 내려앉는 햇볕도 모두 스스로의 내부에 존엄한 정신과 신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저는 이러한 생명, 살아있는 것들의 울림에 애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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