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심 소령 미안하외다
마나미 기자
manami0928@naver.com | 2022-01-21 16:58:27
미안하오, 심 소령.
평생 글을 벗하며 지내왔다 자랑했건만
막상 심 소령 영전에 글을 올리려니
3류작가 티내느라그런지 영 볼품이 없기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이상은 미룰 수 없어
내 주제가 여기까지라는 심정으로 붓을 들었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소이까?
1년차 신혼의 아내는 눈가에 머물지만
조종간을 놓으면 백성들이 기거하는 마을을 치받을 것 같아
비상탈출 레바를 당겨야 하는 그 손으로 조종간을 움켜쥐고 있던
그 10초가,
이대로 가면 반드시 죽고 만다는 그 10초 동안
군에 있는 것이 봉급 타서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 지키기 위함이라는 신념 하나로 조종간을 움켜쥔 채,
눈가에 머문 아내와 마을에 머무는 백성들이 교차하던 그 10초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소이까?
솔직히 내 주제는
전투기값도 모르고
국방 예산이 어찌 쓰이는지도 모르지만
정말 낭비하는 것 없이 알뜰히 쓰였다면,
국방예산뿐만아니라 나라 예산이 새는 것 없이
그동안 정말 알뜰히 쓰였다면,
나 같은 나부랭이가 대북 지원사업 내역 알리도 없겠지만
때로는 안받겠다 큰소리로 거부하고
때로는 구걸하는 게 분명한데도 뻣뻣하고
때로는 공갈협박인지 읍소하는 건지 구분도 안가는 북괴놈들에게
삥뜯긴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 잘 모았어도,
전투기 한 대 사올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몇십년 된 KF-5E 대신에 그걸 심 소령이 탔다면?
부질없는 생각인지 알면서도
너무나도 안타까워
상소리 섞어가며 주절여본거라오, 심 소령.
그저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뿐이라는 것, 이해해주시구려.
무섭고 깜깜한 10초를 견뎌 산화한 목숨은
3계급, 4계급 특진도 아깝잖지만,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소이까만,
겨우 1계급 특진이라는 허울만 좋은 대가로 값을 하려 하니
그 역시 허망하고 미안하기는 그지없소이다, 그려.
솔직히 염치없고 부끄러운 마음이오만
저승에서 다시 태어나더라도
심 소령과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외다.
허나, 나만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살겠다는 말 같아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 어쩔 수 없어
그나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부끄러울 뿐이오.
그만 주절여야겠소.
먼 저승길 가는 데 도움도 못 되는 3류작가의 서툰 글을
그저 왼쪽 눈 한켠으로 슬쩍 훑어보고라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면 너무나도 고마울 뿐이외다.
잘 가시오, 심 소령.
미안하외다, 심 소령.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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