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청년 한달살이, 체험 넘어 지역 정착 가능성 찾는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10-29 17:21:44
국악·바느질·제철요리·마을 탐방…관광지 밖 남원의 일상 경험
덕과면으로 거점 옮겨 일자리·귀농귀촌·로컬 창업 탐색…11월 9일 수료
체류 경험을 실제 정착으로 연결하려면 주거·일자리 등 후속 선택지 구체화해야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남원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청년들의 여정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계를 지나 지역의 생활 방식과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낯선 마을에서 주민과 밥상을 차리고, 지역 청년들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쌓은 경험이 남원과의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전북형 청년 한달살이 사업인 ‘남원살이 남원누비(Namwon NUBI)’에 참여한 청년 18명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산내면 원천체험휴양마을에서 첫 주 일정을 보냈다. 서울·경기·충남·경남·전남 등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휴직자와 이직 준비자 등으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남원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역을 알아가는 방식이다.
첫 주의 중심은 유명 관광지 방문 자체보다 남원의 문화와 일상을 직접 경험하는 데 있었다. 참가자들은 국악의 성지에서 동편제 판소리의 역사와 지역의 소리 문화를 접하고, 미니장구를 만들며 전통예술을 체험했다. 혼불문학관과 서도역을 찾아 남원의 문화적 자원을 살펴보는 한편, 조별 홍보 영상도 제작했다.
지역 청년들과의 만남은 체류 경험에 생활의 색깔을 더했다. 산내면 청년네트워크 ‘틈새’가 운영하는 공간 ‘온모조모’에서는 바느질과 제철요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바느질클럽 참가자들은 각자의 삶을 표현하는 문장을 천에 수놓았고, 요리클럽에서는 제철 채소를 손질해 전골과 반찬을 함께 만들었다.
참가자들에게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한 참가자는 바느질 프로그램을 두고 “시끄러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바느질 명상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철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도 채소를 직접 다듬고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집중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참가자들은 인월면 중군성에서 전북 청년마을 ‘즐거운기획자들’과 만나 지역에서 가능한 활동과 생활 방식을 살폈다. 이곳에서는 쪽 염색과 목공, 벽화, 지리산 흙을 활용한 생활자기 연구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목공 기술캠프에서 만든 벤치를 마을회관 어르신들에게 기부한 사례도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 임대주택과 청년 정착 지원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주거와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참가자들의 관심사였다. 운영진은 농산어촌과 도시의 생활 여건이 다른 만큼, 성급하게 정착을 결정하기보다 일정 기간 직접 살아보며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천마을 주민들과의 교류도 첫 주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참가자들은 ‘남원누비고 한마당’에서 지역 주민과 참여 경영체 관계자들을 만났고, 주민들이 항아리 훈연 방식으로 구운 음식을 나누며 마을의 환대를 경험했다. 서도역 철길야행 감성콘서트 관람까지 마친 뒤 25일 첫 주 일정을 마무리했다.
♦ 이제는 ‘살아보기’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로
26일 덕과면 솔바람권역으로 거점을 옮긴 참가자들은 남은 2주 동안 남원의 산업과 일자리, 정착 여건을 살펴본다. 남원 주력산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귀농·귀촌 정보를 접하는 한편, 목공과 도자기 체험, 인문학 특강, 지역 장날 방문 등을 통해 농촌의 생활과 경제활동을 이해할 예정이다.
남원청년마루에서는 청년정책을 살펴보고, 수지미술관과 몽심재를 둘러보며 지역의 문화 자원도 확인한다. 3주차에는 사물놀이 입문 프로그램과 로컬 창업 미니 피칭데이가 예정돼 있다. 솔바람 마을축제와 ‘즐거운기획자들’의 중군제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뒤 11월 9일 수료식을 끝으로 한 달간의 여정을 마친다.
이번 사업은 체험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과 청년이 서로를 알아가는 접점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참가자들은 체류 기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원 관련 콘텐츠를 주 2회 이상 게시하고, 프로그램별 만족도 조사에도 참여한다. 수집한 의견은 남원 농촌관광 상품 개선과 2027년 농촌크리에이투어 준비에 활용할 계획이다.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는 이번 사업에 마련한 38개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역 경영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조수영 농촌관광 코디네이터는 첫 주에 청년들이 가장 많이 만난 대상은 관광지보다 남원에 사는 사람들이었다며, 청년과 지역의 관계가 체류 기간 이후에도 이어지도록 남은 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한달살이의 성과는 참가자들이 무엇을 체험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주거와 일자리, 창업 기회처럼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체류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통로를 마련해야 남원에서의 한 달이 정착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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