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선천적인 만만디(慢慢的)-중국 바로보기(Ⅱ)
마나미 기자
manami0928@naver.com | 2022-05-18 18:08:43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솔직히 국가 대 국가로 생각할 때는 의전상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장면도 있었지만, 그 역시 북한을 설득하는 중국의 능력에 대한 기대로 유야무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기대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북한이 종전선언 한다고 그걸 지킬 집단이 아니다. 개성 사무소를 폭파해 일거에 주저앉히는 난폭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만 보아도 알 일이지만, 약속했다고 지키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은 전 인류가 안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그럴 것같이 기껏 약속해 놓고, 단물이 빠지거나 비위가 틀리면 그냥 틀어버리는 집단으로 신용도 제로다.
둘째, 중국은 우리를 도와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저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선에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나라다. 그래야 나름대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도 줄이고 자신들의 한반도 영향력은 증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에게 북한과의 종전선언에 협조하기를 바랐으니 애초에 설정이 잘못된 구상이었다.
우리는 흔히 중국인들의 성격을 만만디라고 한다. 행동이나 일의 진행 속도에서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우리가 보기에는 굼뜬 것처럼 여겨지는 그들을 일컫는 중국어다. 사실 한족에게는 이 만만디가 몸 전체에 배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여유를 부리는 행동이 아니라 실제로 굼뜨고 게으르기에 빠릿빠릿하게 행동을 안 한다.
그런 것을 모르고 한족을 상대로 장사를 하거나 협상을 하다 보면 그들이 조건이 맞지 않아서 선뜻 응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공연히 조급해져서 불리한 조건인 것 같아도 웬만하면 타협을 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한족 중심의 중국인들은 그게 몸에 배게 되고 결국은 한족을 비롯한 소수민족들까지 닮아가는 것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한족과는 섣부르게 흥정을 하지 말고 공산당과는 웬만하면 협상을 하지 말라고 했다. 득 볼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은 한족 중심에 공산당이 99.9%다. 흥정하거나 협상해 봤자 건질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을 배제하고는 무역을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대한민국과는 교역 1위 국이다. 실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난감해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문제라면 가격을 책정할 때 미리 중국인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상담에 임하다 보면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기술력이 필요한 제조업이다. 중소기업들이 섣부르게 중국에 공장을 차렸다가는 버티기 힘들다는 말도 있다.
설비자금 들여서 해봤자, 결국은 시설과 기술만 잃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근사근하게 말도 잘 듣다가 어느 정도 기술을 익히고 나면 조건이 하나둘씩 붙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감당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말 뿐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중국 정부는 가끔씩 노동자를 정말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외국인 투자 시설에서는 더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에게는 쉽게 그러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국제적인 여론의 악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대기업들이 투자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우려와 일류기업으로부터는 그래도 베껴갈 기술력이 계속 존재한다는 의식과 함께 그 제품들의 판로가 브랜드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해서라고 하니, 실업률 줄이면서 생산 기술력은 물론 판매 노하우도 훔치려고 대기업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이리 당하나 저리 당하나 한족의 중국과 무엇인가를 도모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다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좁은 견해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중국을 믿고 지지를 받아서 처리할 욕심에 종전선언 운운한 자체가 넌센스였다는 것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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