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수놓은 한국의 흥과 멋, 신금옥 무용가 ‘춤 갈무리’ 성료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5-12-14 21:56:53

주최자 신금옥 무용가가 직접 소고춤을 추고 있다. 사진 신금옥 제공.

[로컬세계 = 이승민 도쿄특파원] 지난 13일, 일본 도쿄 가쿠라자카세션하우스에서 신금옥 무용가가 주최하고 소고춤을 주제로 한 한국무용공연 '춤 갈무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통 한국무용의 소박한 멋부터 역동적인 기교까지, 다채로운 춤사위가 도쿄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소고춤부터 논개별곡까지, 한국무용의 정수를 담다

공연은 은은한 거문고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주최자이자 무용가인 신금옥 씨가 첫 무대를 장식했다. 신금옥 무용가의 한국무용 소고춤은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여유와 멋 그리고 전통춤과 어우러진 발 디딤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경란 선생이 소고춤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이어 박경란 무용가의 소고춤 해설을 통해 춤의 역사적 배경과 농악과의 연관성이 자세하면서도 흥미롭게 전달되어 이해를 도왔다.

특히, 같은 소고춤이라도 스타일의 차이를 보여준 무대가 깊은 관심을 모았다. 조선무용가 허지세 무용가는 빠르고 경쾌한 발 움직임과 허리를 세우는 동작이 특징인 조선무용 소고춤을 선보여, 크고 힘찬 리듬감과 화려함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선무용가 허지세 씨가 조선무용 소고춤을 추고 있다. 한국무용가 남부용 씨가 버꾸춤을 추고 있다.

남부용 무용가의 버꾸춤은 현란한 기교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삼색띠와 패랭이를 갖추고 버꾸를 손목에 걸어 잡고 차올리는 역동적인 춤사위는 호흡과 동작이 어우러져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신금옥 무용가는 다시 무대에 올라 논개별곡을 선보였다. 임진왜란 당시 논개의 숭고한 정신과 한, 그리고 충절을 춤으로 풀어낸 서사적인 작품으로, 전통 살풀이춤의 깊이와 논개의 강렬한 서사가 만나 애절하면서도 의기로운 분위기를 표현하며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무용가 신금옥 씨가 논개별곡을 춤추고 있다. 김영숙 무용가가 화선무를 춤추고 있다.

화선무의 우아함과 진도북춤의 웅장한 마무리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김영숙 무용가는 사뿐사뿐 나비처럼 화선무(花扇舞)를 선보였다. 화려하고 우아한 한복과 꽃 무늬 부채를 활용한 춤은 허튼 가락과 산조 가락을 오가며 여성적인 멋과 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공연의 대미는 신금옥, 남부용, 정민수, 그리고 일본인 무용가 나카야 히로노 씨가 함께 꾸민 진도북춤으로 장식했다.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를 오가는 조화로운 발놀림과 역동적인 춤사위는 웅장함과 해학을 동시에 표현했고,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치는 가락 변화 속에서 신명나는 기교를 선보였다.

신금옥, 남부용, 정민수, 나카야 히로노 씨가 함께 진도북춤을 추고 있다.

한국무용을 10년째 배우고 있다는 일본인 무용가 나카야 히로노(中谷裕乃) 씨의 참여는 한일 문화교류와 친선의 의미를 더했고, 사회자 박리화 씨는 상냥한 목소리로 순서마다 해설을 더해 공연을 부드럽고 이끌었다.

"칭찬이 무대의 원동력" 신금옥 무용가의 소회와 계획

이날 공연을 주최한 신금옥 무용가는 소회와 감사를 전하며 "소학교 시절 선생님의 춤을 아주 잘 춘다는 칭찬이 올해 68세에도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들에게 자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 달라는 따뜻한 당부를 덧붙이면서 내년에는 장고춤을 주제로 한 공연을 준비할 계획임을 밝혀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주최자 신금옥 무용가는 제일교포 2세, 조선학교에서 조선무용을 배우고 금강산가극단에 입단. 일본 전국각지에서 무대활동을 하였다. 퇴단 후 2002년부터 한국전통무용을 배우기 시작하여 2010년 전주대사습놀이 제1회 일본대회에서 문화상을 받았다. 2014년 한국무용연구회 화인회(K・댄스) 설립, 무용교실 운영과 함께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2024년 11월 한국무용공연 '춤 갈무리 스테지1' 조선반도의 검무를 주최했고, 2025년 12월 '춤 갈무리 스테지2' 소고춤을 주최했다.

박경란 무용가의 소고춤 해설 요약

소고춤의 기원: 작은 북(소고)을 들고 추는 춤으로, 한국 민속 연희의 혼이라 할 수 있는 농악(農樂)에서 1960년 후에 소고춤의 레퍼토리화가 시작되어 무대 예술로 발전했다.

농악의 변천: 기원농악, 노작농악, 걸립농악을 거쳐 오락성과 예술성이 강화된 연예농악 형태로 발전했다.

소고춤의 특징: 지역 농악의 특색에 따라 명칭과 동작이 다르며, 군무나 독무로 추어진다. 선두 연주자를 '수벅구'라고 부르며, 독무는 '벅구춤' 또는 '버꾸놀이' 라고도 한다.

현대적 계승 형태: 채상소고춤, 고깔소고춤, 기생소고춤 세 가지 형태로 계승되고 있으며, 기생소고춤은 1900년대 관기제도 폐지 후 협률사 등의 무대를 통해 무대 예술로 발전했다.

해설자 박경란(朴景蘭)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졸업. 일본국립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표현행동학과 박사 전기(석사) 과정 수료. 현재 동 대학 비교사회문화학 박사 후기 과정에 재적 중이며, 주요 연구로는 무용가 최승희(崔承喜), 재일조선 무용, 한국 무용사 등이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동경한국학교 무용 담당 교사로서  일본 및 해외에서 다수의 한국 무용 및 음악 작품을 안무하고 제작했다. 2016년 한국 정부로부터 '재외국민 교육 유공자' 표창 수상, 2018년 호놀룰루 페스티벌 교육 부문 우승 등 다수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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