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의 풍경소리] 불교의 화합과 상생, 나눔의 정신으로 소통하는 시대 열자
한상면 기자
samhan38@naver.com | 2022-05-20 07:00:32
▲세계불교승가연합 총재 상산 |
부처님께서는 여섯 화합을 말씀하신다. 이를 육화(六和)라고 하는데첫째 몸으로 화합하여 같이 살라[身和同住],둘째 입으로 화합하고 다투지 말라[口和無諍],셋째 뜻으로 화합하여 같이 머물라[意和同事],넷째 계로 화합하여 같이 수행하라[戒和同修],다섯째 바른 견해로 화합하여 같이 해탈하라[見和同解],여섯째 이익으로 화합하여 같이 나누라[利和同勻]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려면 먼저 자신과 다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막무가내로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전제되어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 자신을 상대에게 이해시켜주려는 부단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 있어 하나로의 통합은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다양성속에 통일성의 사회, 통일성이 있는 가운데 다양성의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불교는 공동체의 화합을 강조한다. 화합중(和合衆)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수행공동체 내에 불화와 반목이 일어났을 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규칙과 규범 그리고 도덕이 발달하였다. 불교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 사상과 중생들이 서로 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연기법과 자비의 사상 역시 갈등과 대립을 치유할 수 있는 ‘화합과 상생’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사람들과의 관계는 한층 가깝고 따뜻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수행이 필요하고, 자신보다 나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배우려는 자세로 나아가야 하며,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자신도 과거에 그랬음을 반성하며 친절하게 일러주는 태도로 나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행동은 어디서나 문제의 화근이 된다.
물 대는 사람은 물길을 바로잡고활 만드는 사람은 화살을 바로잡고저 목수는 나무를 다루고현명한 이는 지혜롭게 자신을 다스린다.《법구경》
거대한 댐이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듯이 사회라는 큰 틀도 개인의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도시화되고 문명의 이기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있어 개인의 깨달음과 바른 삶은 중요하다. 개인이 변화하는 시대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가 사회통합의 가르침을 제시한다면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이러한 갈등과 반목의 이면에는 개인이나 집단 간 이기적인 욕망의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인간은 무한한 욕망만큼이나 개인은 물론 작은 집단에서부터 성(性), 계급, 지역, 종족, 민족, 국가에 이르기까지 실체화시키고 집착한다.
그것을 아집과 법집이라 한다. 아집과 법집은 사회나 종교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배타적으로 분열시킨다. 따라서 갈등과 대립의 근본적인 치유책과 교정은 먼저 바른 세계관 즉 정견(正見)부터 확립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법구경>에 의하면 “원한은 원한으로써 갚아지지 않는다. 원한은 인내로써만 갚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반목과 갈등 대립을 치유할 수 있는 길로 흔히 제시되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무작정 인내만으로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 인내와 함께 합리적 해결방안의 지혜를 모색하려는 태도가 불교인의 바람직한 길일 것이다.
첫째 몸과 관련된 규칙으로는 남의 것을 훔치기 보다는 남에게 베풀 것, 다른 사람과 삿된 관계를 갖지 말고 정숙한 생활을 할 것, 술에 탐닉하지 말 것, 이것은 자신에게도 해로울 뿐 아니라 다른 이를 고통에 빠뜨리는 근원이 된다.
둘째로 입으로는 먼저 남에게 거짓말보다는 정직한 말을 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조그만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러나 그것은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들이나 하는 행위다. 욕설보다는 부드러운 말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안온한 상태에서 서로 흉금을 털어 놓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을 속이는 일은 나를 속이는 일이고 이런 행동이 점점 심해지면 나중에는 습관적으로 남을 속이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자의식은 언제나 잠재하고 있어 나중에는 스스로 항상 누가 나를 속이지 않나 의심하게 된다.
셋째는 생각과 관련된 규칙이다. 우리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속에 살아간다.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면 탐욕을 버리는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한편 잘못된 생각 한 번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되는 때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성냄이 으뜸이다. 자신의 성격을 잘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며 그것은 수행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부처님의 중심 가르침인 연기법과 사성제법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직시하고 원인과 조건을 찾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라고 한다.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의 원인과 이유를 잘 따져보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길만이 소통 화합 상생의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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