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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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던 1995년부터 자치단체들마다 세방화(glocalization)에 대한 대응으로 소위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 전략이라 불리는 관광객, 투자자, 주민 유치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로 지방정부가 일반행정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성장에 대한 책임까지 맡게 됨에 따라 투자자와 관광객 유치 및 주민의 만족도와 자긍심 증대에 힘쓰게 됐던 것이다.

초기 장소 마케팅은 주로 지역축제, 지역특산품을 활용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전략적 접근에 의한 장소 마케팅보다는 단기적인 관광객 유치와 특산품 판촉에 더 가까웠다. 서구의 초기 장소 마케팅 사례도 이와 유사해서 지역 홍보 및 지역 특산품 판촉 같은 제한적인 영역에 국한됐다. 장소 마케팅이 원래 일반 상품 및 기업에 적용돼오던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것이어서 손쉽게 차용할 수 있는 영역이 대부분 판촉 수단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소 자산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가 민간기업의 전략수단인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 상품과는 전혀 다른 장소를 대상으로 기업의 마케팅 수단을 적절하게 변화시켜 사용해야 하지만 장소전문가도, 마케팅 전문가도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소 마케팅은 축제 개최, 특산품 홍보 등 판촉활동의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이뤄져 왔다. 

이는 장소 브랜드 전략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 가치를 높이려면 지향하는 비전에 부합하는 장소의 핵심 가치를 추출해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장소 자산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경쟁시장 실태조사 등 과학적 분석이 전재돼야 한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현재 대부분의 지방 브랜드들은 장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차별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브랜드 전략은 단순히 로고나 슬로건을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틀과 전략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지방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와 포지셔닝의 명확한 정의와 공유,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체계성 확보와 효과적 실행, 상징적 경관과 공간 구축을 통한 하드브랜딩 강화, 지역 브랜드 자산의 평가를 통한 문제도출 및 개선 등의 전략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방 브랜드 가치와 포지셔닝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구성원간 이를 공유하고 준수하는 것이 지방 브랜드 육성의 제1전략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워크숍 및 토론회 등을 통해 일상 업무에서 지켜야할 원칙에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제반활동에서 브랜드 성명(mantra)을 준수해야 한다. 

둘째, 지방 브랜드 전략과 연관돼 있는 다양한 조직을 지원·조정할 수 있는 마케팅 조직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 투자, 특산품 등 각 부서 활동을 지원 조정하는 마케팅 전담 조직을 시장 또는 부시장 직속기구로 설립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영역브랜드로서 지방 브랜드와 지방행정의 부문으로서 관광, 특산품 등 부문 브랜드가 공동 브랜드 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전략은 지방 브랜드 자산 평가를 통한 지방 브랜드 전략 성과측정과 피드백 실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지방 브랜드 자산을 평가하고, 타 지역과 비교함으로써 그동안 지방 브랜드 전략이 주민과 잠재 고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브랜드 자산을 구성하는 속성, 즉 해당 지방브랜드에 대한 인식 및 이미지에 대한 객관적 측정을 통해 향후 지방 브랜드 자산 강화를 위한 방향과 방법을 제시받을 수 있다. 적절한 피드백으로 지방 브랜드 자산을 현재 수준보다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사입력 2012.04.20 (금) 10:26 [ⓒ 세계일보 & local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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