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경호처가 막으면 ‘공무집행방해죄 현장 체포’ 가능
국힘 당내 “국격 추락 우려, 자진 출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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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때 "수사든 탄핵이든 당당하게 임하겠다"라고 강조했으나 공수표가 됐다. 대통령실 제공 |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공조수사본부(고위공직자수사처·경찰·국방부조사본부 등, 공조본)가 30일 0시를 기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적으로 청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된 건 헌정사상 최초다.
공조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30일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이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를 관할한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공조본은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서게 된다.
앞서 공조본은 서울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세 차례 윤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공조본의 3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출석요구서 수령을 반복적이고 고의적으로 거부하는데다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점 등을 고려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현재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만약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설 경우 대통령경호처와의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검찰 특수본은 내란 주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김용현 전 국토부 장관을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 당시 군 고위 장성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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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공조본을 이끌고 있는 오동운 공수처장이 "내란수괴는 긴급체포가 가능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은 지난 3일 오후 11시 30분 ~ 4일 오전 0시 30분 사이에 국회 본관에 불법으로 진입한 중무장한 계엄군이 복도를 통해 본회의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장면. 오른쪽 인물 사진은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김형준 배재대 석과교수이다. 로컬세계 자료사진 |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더라도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윤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경호처는 앞선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군사상 비밀'과 '국가의 이익'을 이유로 대통령실·관저·안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도 또다시 막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체포영장은 집행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호처가 방해할 경우, 관련자들이 형사입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응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 영장을 발부한다.
공조본은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25·29일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소환요구서를 수령하지 않고 출석하지도 않았다. 지난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시도 등 국헌문란 행위에 관여한 정황을 명시했다.
앞서 공조본은 지난 11일과 17일 용산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막아서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7일에도 CCTV 확보를 위해 대통령 안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같은 이유로 불발됐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해당 법 조항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체포영장은 상황이 다르다. 체포영장은 집행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조본에 참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체포영장 신청 이후 “체포영장에 대한 집행 제한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집행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 관계자는 “아직 체포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체포영장이 발부된다 해도 곧바로 집행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체포영장은 보통 유효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나온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 신병 확보 시도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보니, 공존본도 신중하게 집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직접 신문을 하게 되는 공수처는 수백 쪽에 달하는 질문지 등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질문지를 보완해왔다.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국격 추락을 우려해 “윤석열 대통령 당당하게 자진출석해 수사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사 출신인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공조본과 대통령실이 조율해서 (윤 대통령이) 자진출석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공조본의 체포영장 청구 직전 라디오에 출연한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만약에 체포영장이 발부돼서 (수사기관이) 집행하려고 하고 경호실은 집행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충돌 가능성도 문제지만 국격 추락을 가져오는 것이다”며 “대외신인도 문제도 있고,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당의 입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수사·재판을) 차분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에이A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자꾸 (수사를) 회피하거나 시간을 질질 끌어서 대한민국의 체통이나 국민의 자존심에 더 이상 상처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얘기했던 대로 당당하게 수사나 탄핵 재판에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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