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 711억, 올해 1588억 출연금 마련에 진통
대학부지 원래 부영건설 골프장, 남은땅 용도변경 약속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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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만 잘못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한국전력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논리로 무리하게 세운 전남 나주의 한전에너지공대(이하 한전공대)증축공사비 출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규모가 지난해 31조원 달하는 한전은 출연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이 올해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에 1588억원을 지원해야한다. 작년 출연금 711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빚더미에 돈이 없어서 발전 자회사들에게서 전기를 외상으로 구입한 뒤 회사채를 발행해 돈이 들어오면 전기 구매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전임 문재인 정부가 순전히 정치 논리로 세운 대학에 엄청난 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줘야 한다.
◆ 한전공대 특별법 제정 출연금 강제지원
문 정권이 한전공대에 돈을 무조건 주도록 법으로 강제해 놓았다. 이른바 한전공대 특별법제정이다. 2021년 3월24일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한전공대는 일반 사립대학과는 달리 특별법인으로 설립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으로부터 학교가 정상화 될 때까지 지원을 받도록 강제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전공대는 작년 3월 4층짜리 본관 건물 하나 지어 놓은 상태에서 신입생을 뽑아 학교 문을 열었다. 전임 정부 임기 중에 개교식을 가지려고 무리를 한 것이다. 다른 건물들은 지난달에야 착공했다. 작년 입학한 1기 학생들은 도서관·학생회관을 거의 써보지도 못했다. 학생들은 현재 골프장 리조트·클럽하우스를 리모델링한 건물을 기숙사와 식당으로 쓰고 있다. 강의실은 본관의 4개뿐이다.
우리나라엔 이미 각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다.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선 지역 공약이라며 내놓고 그 돈은 국민에게 내라고 한다. 한국 전기 생산의 3분의1 가량이 원자력인데 한전공대는 원자력은 배우지도 않는다. 작년 신입생 전형 면접에선 원자력을 폄하하는 듯한 내용의 지문을 실은 문항이 출제되기까지 했다. 원전 발전 비용이 태양광·풍력보다 훨씬 비싼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지문도 제시됐다. 이런 학교가 어떻게 제대로 된 에너지 대학이 되겠나.
한전공대는 정권이 바뀌자 올해부터는 갑자기 차세대 원전을 연구할 석·박사 과정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대학과정에 원전학과가 없는데도 대학원에 석-박사 과정을 둔다는 것도 엇박자 교육으로 비춰지며 원전 연구가 제대로 될지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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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2일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다목적광장에서 에너지공대 제1회 입학식 및 비전선포식이 진행되고 있다./한전공대 제공 |
◆ 48명의 교수에 100억 연봉, 국립대 교수 대비 두배
한전공대는 48명의 교수에게 총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 국립대 교수 연봉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학생들은 등록금·기숙사비가 면제된다. 한전을 쥐어짜고, 국민이 내는 전기료 가운데 일부로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염출한 돈으로 특혜를 누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대가 고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이 세운 대학만 특혜를 보는 실상이다. 이런 불평등을 누가 옳다고 하겠나.
◆감사원, 文 정부 한전공대 부지 특혜 의혹 감사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시절 추진되어 설립된 한전공대 부지 특혜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부영그룹으로부터 한전공대 부지를 기부 받고, 남은 땅은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용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해당 부지는 나주 혁신도시 내 골프장 용도의 땅이었으나, 부영그룹이 한전공대 부지로 학교법인에 기부 채납했다. 이후 전남과 나주시가 골프장 잔여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부영과 합의한 바 있다.
에너지 업계와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전남도와 나주시에 한전공대 부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한전공대 부지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전공대 부지 기부채납에 따른 부영의 특혜 의혹은 학교 설립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영과 전남도, 나주시는 2019년 1월 한전공대 부지 기부 협약을 체결했다. 부영은 나주 혁신도시 내 골프장(부영CC) 부지 72만㎡중 40만㎡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한전공대 부지로 제공했다. 당시 부영이 기부채납한 부지 가격은 806억원으로 책정됐다.
부영은 남은 땅 32만㎡에 5328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안을 2019년 10월 나주시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부영은 골프장의 토지 용도를 고층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 부지를 기부받으면서 남은 땅의 용도 변경에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한 것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거세졌다. 2019년 1월 체결한 전남·나주·부영의 3자 합의서에 따르면 ‘부영주택이 잔여 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용도 변경)을 제안할 경우 주거용지 용적률(300%) 이내에서 적극 지원한다’고 명시돼있다. 같은 해 8월 작성한 ‘한전공대 부지 증여(기부) 약정서’에는 ‘전남도와 나주시는 2019년 12월 말까지 기부를 하고 남은 땅의 용도를 기존 보전용지에서 주거용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며 날짜까지 못박았다.
‘자연녹지지역’인 골프장 부지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용도로 변경하려면 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영은 약정서를 체결한 지 두달만에 아파트 건설 계획안을 전남도와 나주시에 제출했다. 부영 계획안은 최고층수 28층, 용적률 179.94%로 기존 나주 혁신도시 아파트에 적용된 최고층수(25층)와 용적률(175%)을 모두 초과했다.
◆한전 경영부실화로 전기료 폭탄 우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부영의 요구대로 토지 용도를 변경해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최대 1조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영이 한전부지로 제공한 땅 값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특혜 의혹이 계속되자 전남도와 나주시는 용도 변경을 중단하고 주민설명회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부영CC 잔여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지역사회 의견을 부영 측에 전달했다.
전남도와 나주시, 부영은 모두 특혜 제공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기부를 빙자해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보장한 부당거래가 합의서와 약정서를 통해 드러났다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전남도와 나주시가 부영으로부터 땅을 기부받고 그 대가로 잔여 부지 용도 변경에 협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측은 기숙사 건립 및 강의실 확충, 실습장, 연구실 확충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전공대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지만 한전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기료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정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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