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과 생명권은 민주주의와 산업생산보다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일침
“서울 등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모두 1급수, 왜 부산시민만 3~4급수 먹어야 하나”
“수도법 제2조에 명시, ‘국민 건강 생명 지키는 것’ 국가 책무”
![]() |
▲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나라키움 정부통합청사에서 열린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에 앞서 지역방송사인 KNN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로컬세계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평소 ‘부산시민의 맑은물 먹을 권리’를 좌우명으로 삼다시피 하며 공사석에서 설파해온 부산지역 상공계의 대표인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또 한 번 공개석상에서 ‘부산권 똥물 상수원수’의 심각성을 격정적으로 토로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부산시민의 대동단결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곽규택의원·부산시·부산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한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가 열린 16일 오후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 대강당.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토론회가 주제발제 및 전문가 7인의 토론, 김해·양산지역 여성단체 대표들의 추가 발언까지 끝나고 폐회를 앞둔 오후 4시경 개회 직후 의례적이고 점잖은 인사말을 이미 한 양재생 회장이 재차 손을 들고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추가로 얻었다.
양 회장의 목청이 거침없이 불을 뿜었다. 마치 ‘맑은물에 한 맺힌 부산사람’의 절규처럼 장내를 휘몰아쳤다.
2시간 동안 꿈쩍 않고 앉아 있던 맨 앞줄 자신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이크를 잡은 양 회장은 “서울의 상수원수는 태백산에서 발원한 한강물을 가둔 팔당댐에서 취수하는데 완전한 1급수다”며 “서울 인구 940만명 등 수도권 1500만명 이상이 이 수돗물을 마시는데 상류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이 없고, 축산농가도 제로다. 그러니 공장폐수는 물론, 축산폐수, 유흥업소 폐수조차 한강으로 흘러들 수가 없는 구조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 |
▲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에서 열린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에서 종료 직전 추가 발언권을 얻어 "건강권과 생명권은 민주주의와 산업생산보다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라며 약 10분 간에 걸쳐 열변을 토해 큰 공감과 함께 부산시민의 단결을 이끌어냈다. |
양 회장은 이어 “충청도의 경우도 대청댐 만들어서 취수원수가 1급수인 물을 먹고 있고, 전라도는 영산강과 섬진강의 물이 전부 1급수다. 그런데도 그물을 먹지 않고 주암댐을 만들어서 1급수 중에서도 최상급 1급수 물을 먹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 극한 가뭄으로 수위가 20% 수준으로 대폭 낮아져 KBS 등 주요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에 나오고 하니까 정이 많은 부산 기업인들이 힘을 합해 광주광역시청에 생수 10만병을, 전남도청에 11만병을 보내 영호남 간 우의를 표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목소리 톤을 높이여 “아까 어느 패널분께서 낙동강 중상류에 공장이 1만7000개라고 했는데, 실제는 5만 7000개고, 게다가 축산농가의 폐수와 유흥업소 생활용수 폐수가 다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온다”며 “과거 제가 직접 본 건인데 낙동강 인근에 위치한 대구염색공단 폐수의 경우 지금은 안보이지만 염색공단에서 나오는 하수처리장을 거친 물조차도 검정 양복 색깔처럼 거무스름하게 보일 정도였다”라고 한탄했다.
지금도 수많은 강 인근에 위치한 공장들에서 폭우가 내릴 때나 장마철에 무슨 유해물질이 섞인 폐수가 무단방류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발언으로 들렸다.
부산의 경우도 3, 4급수를 오르내리는 낙동강 최하류 표류수 대신 상당량이 남아도는 합천댐물의 이용이 가능하고, 저수량이 적은 편인 진주권 남강댐도 댐을 보완하면 얼마든지 추가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지론을 폈다.
![]() |
▲ 16일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에서 열린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 본격토론에 앞서 초청 내빈들과 초청된 패널들이 단상 위에 올라 손현수막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그는 “저의 고향이 지리산을 등지고 있는 경남 함양군인데,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휴천면에 ‘문정댐’(7년 전 건설계획 좌초)을 건설하면 어마어마한 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댐 건설이 좌초된 이유가 우리 국민의 1%도 안 되는 극소수 환경주의자와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로 안 됐다”며 “대한민국의 주인은 ‘전체 국민’이지 어떻게 해서 ‘1%도 안 되는 극소수의 반대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이때 박수 터져나옴)”라고 일갈했다.
양 회장은 이어 “진짜 ‘맑은물 문제’ 이걸 따지고 들어가면 수도법 제2조(책무)에 명시돼 있는 바와 같이 전부 정부 책임이고, 국가 책임이다”며 “대한민국 물인 지리산 물을 우리가 먹을 수 없다면, 부산시민 전부가 부산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로 나가서 ‘맑은물 문제 국가에서 해결 안 해주면 고속도로를 통해서 타지역 사람들이 부산에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고 하면 어떡할 겁니까?”라고 톤을 높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양 회장은 “저는 이런 일(고속도로 막는 시위)을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단체 회원들이, 부산시민 모두가 나서서 일을 벌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재차 강조하자 또다시 열화같은 박수가 터졌다.
원색적인 비교화법도 동원됐다. “오늘 패널로 참석한 맹승규(세종대 교수, 서울 거주) 교수님이 타지방에서 오셨는데 부산에서 유명한 돼지국밥, 또 커피도시 부산의 카페에서 커피를 드시면 제조한 상수원수가 (낙동강)똥물로 만든 국밥과 커피를 먹고 가시는 것과 같다. 부산 사람들은 면역이 있어서 괜찮지만, (폭소) 교수님은 치명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강조하자 또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
▲ 16일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에서 열린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에서 초청된 토론자들이 단상 위 패널석에 앉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 |
양 회장은 다시금 정색을 한 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지금 부산시도 애를 쓰지만, 진짜 해결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대한민국 중앙정부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영남권 맑은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한 반대하는 의견’은 뒤로 하고 지리산댐 건설, 강변여과수 시설 건설 등의 사업을 밀어붙여야 한다. (큰박수)”라고 열변을 토하자 200여명이 모인 장내는 함성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는 이어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와 계시는 환경부 이정용 물이용정책과장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맑은물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이지 않나. 수도법 제2조 ‘국가책무’ 조항에 명시돼 있는 바와 같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줘야 한다”며 “지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어떻게 서부경남만의 물이냐 대한민국 국가의 물이지 않느냐 이건 ‘명백히 국가의 물’이다”라고 거듭 역설했다.
대통령을 만나 건의한 일화도 털어놓았다.
“제가 지난 3월 상의회장 취임 직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물문제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니까 그 대답이 ‘환경부에 다 지시해놨다’고 하셨는데 이 과장은 대통령의 지시를 알고 있느냐. 그 당시 동석했던 국내 20대 그룹 회장들도 다 들었다”며 “비근한 실제 사례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전라북도 마이산이 위치한 진안군이 7년 전에 반대를 뚫고 댐을 건설했는데, 처음엔 반대했으나 나중엔 인근 무안군민도 100%, 지역환경단체도 100% 다 동의했다”라고 사례를 짚었다.
![]() |
▲ 16일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에서 열린 '낙동강 하류 맑은물 공급 대토론회'가 종료된 후 전체 참석자들이 ‘부산시민의 염원, 낙동강 하류 맑은물 확보’라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
양 회장은 이에 더해 “전라도는 되는데, 왜 경상도는 안 되냐 제가 함양이 고향인데 휴천면에 댐이 왜 안 되나. 7~8년 전에 90% 이상 진행되어서 거의 될 뻔했는데 일부 환경단체에서 극렬히 반대했고, 경상도청도 반대를 해서 결국 건설이 무산돼 진짜 억장이 무너졌었다”며 “일본 도쿄에 가보니 인근에 작은 댐이 15개나 있더라. 작은 댐을 대도시 주변 여기저기 가능한 지점에 확보하고 강변 여과수도 활용하고 해서, 부산에 필요한 1일 평균 취수원수 100만t을 생산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마지막으로 “정말이지 물문제는 이제 국가에서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서 해결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뭔가 돈을 많이 버는 것 아닌가? 맑은물 먹고 건강해야 돈을 많이 벌 것 아닌가(큰 박수)”라며 “건강권과 생명권은 민주주의와 산업적 생산보다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