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7대 수출기업에 외화자산·부채·예금·부동산·증권, 환헤지·거버넌스까지 요구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 회의도 정식 공문 없이 전화·텔레그램으로 1~3일 전 소집
“수출기업 해외 자회사까지 11년 자료 ‘먼지털이’식 조사하며 갑질 일삼아”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재정경제부가 지난 12월 18일 열렸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7대 수출기업 간담회에 앞서, 7대 수출기업에게 11년치 외화자산 및 거래자료를 요구하고 해외법인·자회사 현황과 환헤지 방식 등 기업 내부 경영정보까지 제출하도록 한 사실이 비공개 공문을 통해 드러났다.
또 재경부가 기업 고위 임원들을 소집하는 방식도 공문 없이 회의 1~3일 전 텔레그램과 전화 등으로 이뤄져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재정경제기획위원회, 부산 남구)는 6일 국정감사에서 재경부(舊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월 7대 수출기업에 보낸 비공개 공문을 공개했다.
재경부가 “존재 자체가 비밀”이라며 의원실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던 것이었다.
박 의원이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재경부는 7대 수출기업에게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간의 외환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요구 항목에는 외화자산·부채, 외화예금은 물론 부동산·증권 현황이 포함됐으며, 본사뿐 아니라 해외법인과 해외자회사 자료까지 제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외환거래, 대출, 현물환 거래, 환헤지 방식과 외화자산 운용 거버넌스 등 기업의 경영상 판단과 관련된 자료도 요구 대상이었다.
재경부는 자료요구의 근거로 외국환거래법 제20조를 들었다.
이 조항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거래 당사자 등에게 필요한 보고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민간 수출기업에게 11년치 자료와 해외 계열사 경영정보까지 요구하는 것은 법에서 말하는 ‘필요한 보고’의 범위를 벗어나는 직권남용에 가깝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재경부의 기업 소집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박수영 의원실이 당시 회의에 참석한 7개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식 초청 공문을 받고 회의에 참석한 곳은 없었다.
기업들은 유선전화, 임원 개인 휴대전화, 심지어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을 받았으며 대부분 회의 하루 전, 길어야 3일 전에 참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회의는 지난해 12월 18일 김용범 당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재했으며, 7대 수출기업 고위 임원들은 회의에서 사실상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기업 관계자는 “김용범 전 실장이 대부분 시간 발언했고, 기업들은 거의 듣고만 있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과 재경부가 7대 수출기업 고위임원을 소집할 지난해 12월 당시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였다.
지난해 11월 초 14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은 12월 중순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김 실장 주재 회의 일주일 후 53.8월 급락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기업들의 수출대금 등 외환 환전을 압박해 환율 하락을 유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한 기업은 박 의원에게 호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이재명 정권 들어 외환 환전 압박 탓에 힘들었다”며 “정부가 외환자금 운용에 지나치게 간섭해 기업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업의 외화 운용과 외화 유출을 동일시하는 접근법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외환시장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기업의 영업기밀과 해외 자회사 경영정보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들여다보며, 전화와 메신저로 회의에 오라고 통보하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갑질”이라며 “기업에 필요한 것은 이재명 정권의 기업 옥죄기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책과 자율적인 경영환경 보장”이라며 밝혔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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