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올해보다 10분1 수준…취업문 바늘구멍
금리인상요인, 물가상승 대입은 서민 두 번 울리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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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정부는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1%대의 성장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 상승률은 3.5%로 예상해 올해 예상치인 5.1%에서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과 그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전망치는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 내년 수출 급감 청년 실업자 수 증가
주요 기관과 비교해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등보다도 낮다. 다만 아시아개발은행(ADB·1.5%)보다는 0.1% 포인트가 높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한은과 KDI는 10월 산업생산활동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했다"며 "10월 산업활동 감소가 생각보다 크게 나와서 한은과 KDI보다는 조금 더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5% 줄어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바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에너지 수급 불안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되는 만큼 한국 경제도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내년 상반기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하반기에 대외 여건 개선 등으로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수출은 내년에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교역과 반도체 업황의 위축 등으로 2020년(-5.5%) 이후 3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소비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고용 둔화,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4.6% 증가에서 내년 2.5% 증가로 증가 폭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설비투자는 2.8%, 건설투자는 0.4% 각각 감소하며 올해에 이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이 악재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둔화 등에 따라 물가 오름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전기·가스요금의 현실화 등에 따라 공공요금 상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세의 둔화 폭은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주요 원자재 수급 여건 등의 불확실성은 상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취업자 수, 올해 81만명↑ 내년 10만명↑…증가폭 둔화
내년 고용시장은 최악의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약 80만명대로 예상되지만, 내년 취업자 수는 10분의 1 수준인 7만~9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일자리가 줄어 취업문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아진다는 의미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년 취업자 수를 정부보다 낮은 9만명, 8만명으로 전망했다.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은 경기 둔화, 코로나19 방역 관련 일자리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다. 여기에 전년 대비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침체에 '역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210억달러 흑자를 예상해 올해 예상치(220억달러)보다 흑자가 소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상품수지가 올해 95억달러 흑자에서 내년 230억달러 흑자로 개선되지만,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서비스·본원·이전소득 수지는 20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고용시장 악화를 늦추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범정부 추진체계를 신설키로 한 것도 이런 전망에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고용정책 기본계획'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내년에 본격화될 '경기둔화 태풍'이 메가톤급이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내년 경제는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계·노동계·정치권 등 각계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정부의 저성장 경제지표 보다 더 암울하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수출(통관 기준)은 1년 전 대비 지난 10월에 5.7% 감소한 데 이어 11월에는 14.0% 줄었다.
수출 부진에 따른 10월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5% 줄어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비틀거리고 있는 요인을 분석해 보면 수출부진, 고용불안, 물가상승, 가파른 금리인상 등의 ‘합병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합병증을 한꺼번에 치유하기는 어렵다.
◆가파른 금리인상이 서민 삶 궁핍하게 만들어
합병증 중 가장 무서운 병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문모씨(55)는 아파트 15평짜리를 전세금 2억원에 살고 있는데, 전세대출 1억5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11월까지는 적용금리 3.41%로 매월 이자 45만원~46만원을 넘지 않았는데, 12월에는 적용금리를 배 가까이 올려( 6.10%) 이자 76만원을 내라고 통지 받았다. 이렇게 되면 월이자 3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데, 문씨는 은행창구를 노크해 전세론 대출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은행직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배경설명은 늘 “물가상승”때문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과연 금리가 낮아 물가가 오르는 것일까? 우리나라 물가상승요인은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량 증가로 인한 물가급등의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근본 요인은 에너지 수급불안,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 공공요금 인상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섣부른 판단으로 금리인상과 물가안정을 대입시키는 것은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정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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