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내용증명’이다. 그러나 내용증명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법적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오해가 적지 않다.
내용증명은 기본적으로 특정인이 특정한 날짜에 특정한 내용의 문서를 상대방에게 발송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제도다. 따라서 내용증명 자체가 상대방의 채무나 책임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 내용증명이 중요한 이유는 법률관계에서 ‘언제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여금이나 미수금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의사표시를 언제, 어떠한 내용으로 하였는지를 명확하게 남겨두는 것은 향후 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소송에 앞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실무상 의미가 크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이행의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향후 법적 절차에서 자신의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증명에 지나치게 큰 법적 효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문서에 기재된 주장만으로 상대방의 책임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법적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지급명령, 민사소송, 가압류·가처분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도 ‘소송을 당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실제 사실관계와 일치하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답변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반박 내용을 명확하게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용증명을 작성할 때도 단순히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요구사항, 이행기한을 명확하게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내용증명 자체가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성해야 한다.
결국 내용증명은 상대방을 겁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권리와 의사를 언제, 어떤 내용으로 행사했는지를 기록해 두는 법률상 중요한 절차적 수단이다. 분쟁의 초기 단계에서 내용증명을 어떻게 작성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후 법적 분쟁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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