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더 이상 단순한 학생 간의 다툼이나 일시적인 갈등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은 신체적 폭력을 넘어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 명예훼손, 디지털 공간에서의 괴롭힘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경우 가해학생에게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고등학교의 경우 퇴학 등의 중대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반면 피해학생은 학업 중단과 심리적 외상, 대인관계의 단절 등 장기간에 걸친 피해를 겪을 수 있으며, 학교폭력 조치 결과는 향후 진학과 학교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폭력 사건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신고 초기부터 법률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신체적인 폭행이 학교폭력의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SNS 단체대화방에서 특정 학생을 지속적으로 배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거나 익명 계정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까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학생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우선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는 동시에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보호자 및 참고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CCTV 영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SNS 대화내용, 녹취자료, 사진 등 다양한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후 학교장은 해당 사건이 학교장 자체해결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검토하게 된다. 학교폭력예방법은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학교장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학생이 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모두 회복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신고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그리고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요건이다.
다만 이러한 요건은 어느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충족되어야 하며, 특히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는 자체해결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는 없으며, 어느 하나의 요건이라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 측이 심의를 원하는 경우에는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하여 심의를 받게 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단순히 폭행이나 욕설이 있었는지만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심의위원회는 사실관계의 인정 여부를 비롯하여 행위의 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피해 정도, 가해학생의 반성 여부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학생 상호 간의 관계, 재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학교폭력 해당 여부와 조치 수준을 결정한다. 심의 과정에서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보호자가 직접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참고인 조사나 추가 자료 제출도 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입장을 법률적으로 논리 있게 설명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적시에 제출하는 것이 심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무 경험상 학교폭력 사건의 결과는 심의위원회보다 오히려 최초 사실조사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최초로 확보한 진술서와 증거자료는 이후 심의위원회의 판단 근거가 되므로, 휴대전화 메시지, SNS 대화내용, CCTV 영상, 녹취파일, 목격학생의 진술 등 객관적인 증거를 얼마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확보하였는지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반대로 감정적인 주장만 반복하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제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사건은 디지털 증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만큼 메시지 삭제나 계정 변경 등으로 증거가 소실되기 전에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위법 또는 부당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며, 행정소송 역시 법정 제소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조치가 즉시 집행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해서 모든 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절차상 하자의 존재 여부,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지 여부, 제출된 증거의 신빙성, 조치가 비례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 학생과 보호자에게 충분한 의견진술권과 방어권이 보장되었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억울함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처분을 취소하기 어려우며, 관련 법령과 판례에 근거한 구체적인 법률적 주장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처분의 위법성을 입증하여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은 학생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를 넘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와 인격권, 나아가 장래의 진학과 사회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정절차이다. 따라서 신고가 이루어진 직후부터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이며, 학교의 사실조사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는 법이 보장하는 의견진술권과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의 결과에 위법 또는 부당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적법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사건의 특성과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 사건은 동일한 사실관계라 하더라도 확보된 증거와 절차의 진행 과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성급한 판단이나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법률과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한 신중한 접근이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것이다.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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