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불과 수사종착역은 대장동 개발의혹에서 끝날 듯
이렇다 할 한방 없어 아쉬움…김만배씨의 폭로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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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성남FC 후원 의혹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혐의는 제3자 뇌물공여다.
이 사건은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경찰에 고발되어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에 재조사 지휘를 내려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구속기소 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전날인 21일 성남FC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이 대표 측에 소환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12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뒤 FC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축구단 인수에 따른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현안 기업을 접촉했다는 판단이다.
지난 9월 1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두산건설, 네이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직접 수사에 돌입했다.
최근엔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와 공익 법인 희망살림(현 주빌리은행)의 상임이사를 역임한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불러 조사한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 등의 뇌물 혐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검찰이 성남FC 의혹사건의 최정점에 있는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여 조만간 검찰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수사의 급물살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입을 연 계기에서 비롯된다. 입을 연 계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인이 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해 배신감을 느낀 데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오랜 세월 친형제 같았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외면하는 현실에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다.
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웃긴다. 재밌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돼 버렸다. 1년 동안 감옥 생활하면서 천장만 쳐다보고 2개월은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책을 보고 성경도 읽고. 나중에 또 우울증이 더라. 그래서 우울증 약 먹고 버티고 그랬다. 내가 숨길 수 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견뎌 입장을 바꿨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사실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힌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마음을 바꾸고 입을 열기 시작함으로써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 사기라는 대장동 의혹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포인트이다. 대선 정국이라는 가장 날선 전장에서 검찰이 무려 1년을 털었는데도, 몇몇 잡놈들의 가당치 않은 탐욕으로 빚어진 사건으로 그렇게 막을 내리는가 했던 사건이 정권이 바뀌자 당초 우리 모두가 의심했던 쪽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장동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진술이다. 김용·정진상·유동규 3인이 김 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인 700억원(세후 428억 원)을 나눠 갖기로 했다고 검찰이 적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5일 구속만료인 김 씨가 감옥을 나오기 위해 검찰에 무엇을 협조할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검찰은 법원에 추가 구속까지 요청하며 김 씨를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관측이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입을 다물었던 김만배 씨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 보다 과연 김 씨가 입을 여느냐, 열면 어떤 식으로 여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 부원장의 공소장에 57번,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무려 102번 ‘이재명 대표’를 적시하고 ‘정치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썼다. 검찰이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을 길목에 놓고 결국 누구를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분명해졌다.
검찰은 특히 지난 2013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위례신도시 사업자를 공모하기도 전에 남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명시했다. 이 대표의 법적 책임을 따져볼 수 있는 부분을 처음으로 거론한 것인데, 이 무렵부터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측의 유착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물론 완벽한 직접 증거가 없으니 정 실장 영장에 ‘전대협 이력’까지 구질구질하게 넣고 있다는 힐난도 쏟아진다. 또한 김 전 부원장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와 자금이 전달된 구체적인 과정을 기재하지 못했고, 정 실장의 영장 속에도 범죄사실 대목에서 이 대표와의 관련성이 직접 서술되지 않아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자금이 2014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쓰였을 수 있다는 점과 김 씨가 대순진리회 인사를 동원해 선거를 도왔다는 점을 명백히 적시하고, 정 실장에 뇌물수수 외에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 등은 ‘이재명 직접 수사’를 위한 검찰의 밑밥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이 대표를 구속수사로 몰고 가기에는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이미 검찰에서, 또 법정 안팎에서 수많은 말을 뿌렸지만 이들의 진술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불법 대선자금이든 뭐든 이 대표의 손에 직접 쥐어줬다는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입을 열어야 하는데, 이들은 지금 모든 것이 사실무근이라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이들의 입이 열려야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그분’의 실체도 드러날 것인데, 아직은 요원하기만 하다.
법조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사견을 전제로 “유동규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검찰에 협조하느냐 안하느냐로 형량 차이가 10년은 날 것 같고, 나중에 남겨줄 재산의 액수 차이도 클 수 있다는 판단에 선뜻 협조할 수 있었겠지만, 김용과 정진상의 경우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등으로 들어가 봤자 기껏 실형 1~2년이고 그럴 바에는 검찰 협조 거부하고 이재명 쪽에 베팅해 4년 뒤라도 기약하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속된 말로 감방살이 6개월 줄이자고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양쪽에서 다 버림받는 신세가 될 바에는 입 꾹 다물고 도박하듯이 훗날을 기약해 볼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런 차원에서 검찰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과연 무엇을 주고 설득할 것인지가 중요하고, 아예 별건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의 밥상도 어지간히 차려졌다. 정 실장을 소환조사하면 대선 시기와 겹치는 뒷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에 대해 안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고, 필히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예상대로 검찰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 대표에 머물고 있다면 이제는 계속 간보듯이 옥죄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알맹이를 전시해야 한다. 아니면 ‘이재명은 아무리 털어도 나오는 게 없다’는 프레임만 강화시켜 줄 뿐이다. 그 막중한 부담은 오롯이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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