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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이른바 ’정경심 주연, 조국 조연’의 딸-아들 입시비리 사건은 1심 재판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3년2개 월을 끌어온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 권력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관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법원의 명쾌한 판결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21-1부 마성영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열린 재판에서 “대학교수 지위에 있으면서 수년간 자녀비리 범행을 반복한 것은 동기와 죄질이 불량한 한편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그 책임도 무겁다”며 징역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방해 혐의 역시 “민정수석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권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켰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 혐의 11가지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유죄내용을 보면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예정 증명서 허위발급 ▲2016년 아들이 다니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 ▲2017년 허위 서울대 인턴 증명서와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를 아들의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입학지원에 활용한 혐의 ▲2018년 아들의 충북대 로스쿨 지원서에 허위 증명서를 낸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받았다.
이른바, 딸의 ‘7대 스펙’에 대해서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업무 방해 혐의 ▲부산의료원 장학금 명목 600만원 수수 협의 ▲2018년 변호사 였던 최강욱 의원의 명의로 된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는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만 유죄가 인정되고 조 전 장관은 무죄를 받았다. 딸의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정씨는 이날 유죄판결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자신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조민 7대 스펙’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연구원 근무확인서 ▲단국대. 공주대, KIST 인턴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증명서 허위발급 등은 공모가 인정됐다.
이번 재판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들의 학업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 등 조 전 장관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사건들이 유죄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만 최강욱 의원(당시 변호사)의 명의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위조한 공모 사실은 증명되지 않는 등 조 전 장관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동양대학 정 전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가장 팽팽하게 맞붙은 부분은 검찰이 동양대에서 가져간 휴게실 PC의 파일이었다. 2019년 검찰이 동양대를 찾아가 방치된 PC를 확인 하던 중 ‘정경심 교수’라고 적인 PC를 발견했다. 검찰은 이 방치된 PC 파일에서 딸의 입시 비리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그러나 PC 파일의 증거능력을 놓고 변호인단은 증거입증 불가론을 펼치며 맞섰다. 법원의 1-2심은 물론 대법원도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번 재판결과는 “사소한 도덕적 잘못일 뿐”이라고 해명해 오던 조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그를 추종하는 진보세력들의 억지가 신성한 법정에서 통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결국 이치대로 되돌아간다는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재판부는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을 중요시 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동안 억지와 궤변으로 조 전 장관 부부를 옹호하던 이들은 이번 판결을 철저하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자녀 입시 비리만이 아니다. 재판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도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 저지른 권력형 범죄다. 재판부는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조 전 장관 딸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뇌물은 아니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9년에 발생한 이른바 ‘조국 사태’는 불공정이 공정으로,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대혼란을 불러왔다. ‘조국의 강’은 분열의 강이었고 ‘조국의 시간’은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 부부는 ‘가시밭길’ 운운하며 순교자 행세를 해오다 법의 심판을 받았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늦었지만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특권과 반칙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깊은 상처를 준 점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내로남불’의 자기 합리화는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 조국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자 국정 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빚을 졌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선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조 전 장관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압박하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초유의 직무배제 명령까지 내렸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억지 논리로 조 전 장관을 비호하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도 과거 발언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판결로 지난 3년간 한국 사회가 겪은 혼란은 한 매듭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아쉬운 점은 1심 판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부분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만일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더 빨랐다면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항소심 등에서도 재판부가 오직 법과 증거만 바라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이번 재판에서는 거짓은 패하고 진실은 이긴다는 교훈을 남겼다. 계속 소모적 논쟁을 벌이거나 편을 갈라 극한 대결을 벌이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세기 우리 정치사를 보면 통치권자나 여야 정치인 대부분이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국민 앞에 나와 반성하고, 사과하는 일에 인색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칙과 특권, 분열과 대결을 떨쳐버리고 정의와 공정,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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