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위안부 등 역사적 진실 시민에 알려
임진왜란·식민지지배 사죄…재일한국인 차별해소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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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려박물관 하라다 교꼬 이사장이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한국의 고유한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한국이 아닌 일본의 중심지 도쿄 신주쿠에 있다는 것은 특히한 일이다. 한국 정부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한국동포들이 만든 것도 아니다. 한일간에 숨겨진 역사를 가감없이 발굴하고 연구해 전시하는 일본사회단체의 박물관이다. 그동안 일본은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한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일 양국의 역사를 아울러 연구하고 있다. 고려박물관 하라다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기 소개와 함께 고려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면
이름은 하라다 교꼬(74), 도쿄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일제시대 압록강에서 수풍댐공사를 지휘하던 간부였다. 수풍댐공사는 수백만의 한국인들이 동원됐고 독일, 스웨덴 등에서 최신형 발전기계를 수입해 설치하는 등 동양최대의 공사였다.
하지만 공사의 규모가 컸던 만큼 위험천만한 공사였다. 한국인들이 수없이 희생된 공사였다고 아버지는 이야기해줬다. 그 후로 한국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게 됐고 중학교 교사로 20년간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한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렇게 정년으로 퇴직하자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향했다. 충북 꽃동네와 광명시의 중증장애인시설소에 들어가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만 2년간 한국의 장애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 2004년 5월 일본에 돌아와 한국을 위해 할 일을 찾다가 이곳 고려박물관에서 지금까지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고려박물관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올바로 알리고 전하기 위해 11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12월 신주쿠에 자리를 잡아 개설했다. 고려는 세계인의 공통어 ‘코리아’의 뜻으로 한국과 조선을 포함하는 의미가 있어 고려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1945년 패전 후에도 재일한국인들의 차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식민지배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여 일본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으로 고려박물관을 설립하게 됐다. 현재 회원은 800여명이 있으며 연회비는 5000엔이다. 회원 모두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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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조선침략의 역사와 거북선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일본에서는 덮어놓고 있는 한국역사의 진실을 일본 땅에서 밝혀낸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종군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역사교과서왜곡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대립해 있는 일본땅에서 한국역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는 재일한국인과 조총련의 내부충돌에 있다. 창립할 당시 이름을 지을 때부터 조총련측에서는 조선박물관을 주장했고 재일한국인측에서는 한국박물관을 주장했다. 그래서 조선과 한국을 포함한 이름으로 고려라했던 것이다. 지금은 강사선정을 놓고도 남측 강사다 북측 강사다 말들이 많아 참으로 힘들다.
운영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텐데
고려박물관의 활동은 자원봉사와 스탭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의해 진행·유지되고 있다. 운영을 위한 경비는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에 의해 조달하고 있다. 경비의 3분의 1을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귀중한 뜻을 모아주어 유지해왔지만 연구활동을 계속· 발전시키고 활성화 시켜 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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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온 도공들의 역사를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
고려박물관의 구체적인 활동을 소개하자면
한국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해 일본사회에 알리는 일이 주된 일이기에 그동안 일본이 감춰왔던 역사적 사실들을 밝혀내 박물관에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역사강좌 등을 열고 있으며 한국문화를 요리를 통해 알아보는 요리수업과 한글강좌도 개설해 진행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전시안내, 접수, 해설, 유도, 청소 등을 하고 있고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한국어나·영어로도 해설해주고 있다. 또한 학습회, 연구회, 도서정리, 통신, 정보관리, 회보만들기, 책자만들기, 발송작업, 소개광고 등을 하고 있고 때로는 한국의 문화유적지나 역사유적지를 찾아가 탐방하고 연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아스카,·나라시대의 사람들은 백제·신라·고구려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도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도시대에 조선통신사를 접대한 쓰시마의 외교관이었던 아메모리 호슈는 스스로 한글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 한글교과서도 만들었다. 고려박물관의 전시나 자료에 대해 연구하려면 한국어가 필수이고 또한 때로는 한국어로 설명해야 하기에 우리 봉사자들은 한국의 역사문화연구와 함께 한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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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박물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일제강점기 우리 독립군들의 역사를 보고 있다. 이승민 특파원. |
한국에서 초대전도 가졌다는데
2011년 건국대학교 초청으로 ‘잃어버린 조선문화유산’ 전시회를 5월16일부터 28일까지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에서 가졌다. 일본이 약탈해간 수많은 문화재들을 낱낱이 찾아내 사진전시회를 했다.
석탑, 불상, 도자기, 고미술품 등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하나하나 설명자료들을 실물사진과 함께 전시했다. 어떤 문화재가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지금은 일본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서 자세한 내막을 사진과 함께 전시했다.
올 10월에는 2차 초청을 받아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시대의 민족교육’이란 태마로 건국대 도서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건국대 디아스포라연구소 주최로 6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끝으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역사의 진실 앞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한반도의 침략과 36년간의 식민지 지배의 죄를 반성하고 사죄한다. 재일한국인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그리고 한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또한 민족차별이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일간에 이해와 화해의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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