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5,522명 4% 증가…임신 사전관리·난임 지원 확대
‘생명존중안심마을’ 22개 동 확대…지역 기반 자살예방망 촘촘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저출생 장기화, 정신건강 위기가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경기 고양시가 응급의료부터 출산·정신건강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통합 건강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단편적 지원을 넘어 예방과 연계를 강화한 지역 공공보건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소아과 진료 공백과 응급실 이송 지연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실 수용 지연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지역 단위 대응 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동시에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신건강 분야 역시 상담 수요가 증가하며 지역사회 기반 예방 정책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고양시는 보건소·소방·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응급의료협의체를 운영하며 현장 대응부터 치료 연계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2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2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3개소 등 총 7개 응급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며, 전체 3869개 병상 중 183개를 응급실 병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경기북부 모자의료 진료협력 대표기관이자 소아응급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소아·고위험 임산부 치료 연계가 강화됐다. 동국대학교일산불교병원과 일산차병원은 모자의료 중증치료기관으로, 일산백병원은 지역분만기관으로 참여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시민 참여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교육에 지난해 1026명이 참여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의료는 병원 단독 대응이 아니라 이송·치료·지역 협력이 맞물릴 때 실효성이 높아진다”며 “협의체 운영이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산 정책도 눈에 띈다. 지난해 고양시 출생아 수는 5522명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출생아 수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등을 기록한 것이다. 시는 임신 준비 단계부터 출산·양육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체계를 강화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20~49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에는 지난해 1만1196명이 참여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은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지원 횟수와 유효기간을 확대했다. 체외수정 20회, 인공수정 5회 등 출산 1회당 최대 25회까지 지원한다.
한 난임 지원 대상자는 “경제적 부담이 줄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출산 이후에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산후조리비, 미숙아·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을 이어가며 양육 부담 완화를 지원한다. 7월부터는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100%까지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정신건강 정책은 지역 기반 예방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고양시 정신건강 관련 센터 등록자는 2105명, 상담 건수는 2만3764건으로 집계됐다. 시는 ‘생명존중안심마을’을 22개 동까지 확대해 자살 고위험군 발굴, 인식 개선 캠페인, 맞춤형 서비스 연계, 위험 수단 차단 등을 추진한다. 2024년 14개 동, 2025년 18개 동에서 올해 22개 동으로 범위를 넓혀 전체 행정동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한다.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 ‘토닥토닥버스’도 운영 중이다. 지역을 순회하며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고 필요 시 전문기관으로 연계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성인·노인 등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연계해 조기 발견과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응급의료 인력 수급과 재정 지속 가능성은 지방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출산 지원 확대가 장기적 인구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정신건강 정책은 지역사회 참여 확대와 낙인 해소가 병행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응급의료 대응력을 높이고, 출산과 정신건강 지원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안전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양의 이번 정책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연계 중심으로 전환하는 지방정부 공공보건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응급 상황 대응력 강화, 출산 친화 환경 조성, 정신건강 예방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정책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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