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의식한 거대 양당 선심성 감세정책 쏟아내
국세청, 논바닥 이삭줍기식 세원개발에 총력전

2023년에 이어 2024년,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경기 불황의 늪에 빠진 올해도 세수결손이 우려된다. 국가재정 수입을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2024년도 국세 수입은 337조5000억원으로 당초 세입예산보다 30조8000억원 정도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국세청이 올해 거둬들일 국세 수입 예산은 372조9000억원이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보호 우선주의 무역정책을 쏟아 내면서 수출에 불확실성이 불거져 올해도 세수 전망이 어둡다. 국세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 중산층 표심 잡기나서면서 감세정책 남발
설상가상(雪上加霜), 여야 정치권에서 감세 정책을 쏟아 내면서 세수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여야는 조기 대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여야는 중산층과 월급쟁이의 표를 의식, 입맛에 맞는 ‘감세’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세수 실적을 위해 밤낮으로 뛰는 2만여 국세청 공무원들의 고충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태도다.
올해 세수 결손이 나면 3년 연속 세수가 펑크 나는 것이다. 국세청의 자존심으로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국세청 개청(1966년) 이래 60년 동안 세입예산을 달성하지 못한 해는 최근 2년을 제외하고는 IMF 외환위기, 국제적 금융위기 등 딱 두 번밖에 없다. 그만큼 세입예산, 국가재정을 책임지는 파수꾼으로서 그 사명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강하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문제 등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여야는 최근에는 상속세, 근로소득세, 부동산 관련 세제 등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표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나에 몰입되어 세수 펑크에 대한 우려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복지 정책 등 각종 정책 집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의 안일한 태도여서 결실련 등 경제단체 등에서 비판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사회경제 단체, 금투세 폐지, 상속세제 개편안 지적
최근 국회는 세제개편이 어려운 근로소득세 및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은 뒤로하고 우선 상속세 개편은 여야 합의를 도출했다. ‘부자 감세’라는 국민 정서로 인해 난항을 거듭해 왔던 상속세 개편안이 75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2028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편의 핵심 골자는 현행 유산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꾼다. 즉, 부모의 유산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 해온 상속세를, 자녀 각자에게 분배된 상속재산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각종 공제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
◆여야의 감세 포퓰리즘 정책은 점입가경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에 대한 세제개편과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선심성 세제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근로소득세를 완화해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월급쟁이는 봉인가”라고 언급하면서 물가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이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체적인 세수를 보면 법인세 세수의 급격한 감소를 월급쟁이 유리지갑으로 메꾸는 형국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금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의 ‘감세 경쟁’이 심화되자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최근 진보당 윤종오‧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과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상속세 완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했다. 12.3 내란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나라 살림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수도 문제다. 이미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로 87조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그런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세수 부족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거대 양당은 하루가 멀다고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세 경쟁을 벌이면 대체 저출산과 불평등 그리고 산불-태풍 등 기후 위기는 무슨 수로 극복한다는 말인가”라며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가 반복되고 복합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국가의 재정기반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감세 경쟁 중단’을 촉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19일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경제전문가로서 저는 포퓰리즘적인 감세 정책을 펴지 않겠다”며 “아무래도 정치 시즌이 되다 보니 감세에 있어서 (여야가) 공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당에서 감세에 대해 제안하면 야당이 일부 또는 전부 받는 식으로 한다”고 비판을 가했다.
김 지사는 ‘포퓰리즘 감세’의 사례로 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등을 들었다.
민주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3차 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요구 집중행동’은 최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결손이 올해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패한 감세 정책을 거대 양당이 표몰이를 위해 반복하는 행태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쪼그라든 재정 여력을 더욱 위축시키고,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축소시켜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속화 할 뿐인 감세 정책을 반복하는 거대 양당을 규탄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직감된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 무작정 세무조사 건수를 늘릴 수 없는 형국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밑바닥 긁기식의 음성 세원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세정을 보면 ▲경정청구 허위 자료 제출자 조사(부분 세무조사) ▲양도세- 종부세 무신고 기획점검 ▲위장 간이과세자 색출 ▲불성실신고자를 성실 신고자로 유도하는 ‘신고 도움서비스’를 운영 등이다. 이른 세정은 자칫 중소상공인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금이 잘 걷힐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렇듯 국세청은 부족한 세수 실적을 메우려고 음성 세원 발굴에 묘안을 총동원하며 애쓰고 있는데,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선심성 감세 경쟁은 어설프기 한량없다. 3년 연속 세수결함이 생기면 나라 살림은 무엇으로 꾸려 나갈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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