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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우리 사회의 ‘가짜뉴스’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변과 관련한 소동과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사태에서 그 폐허가 여실히 드러났다.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다. 우리 사회에선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관심을 부르는 주요 사건이나 특수한 재난이 발생할 때면 유언비어를 포함한 온갖 추측성 기사가 사람들을 미혹, 판단을 흐르게 하고 있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최근의 김 위원장의 사망설 관련한 소동은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0여일간 국내외 언론의 주요 뉴스로 장식됐던 ‘김정은 사망설’은 그가 지난 1일부터 공개 활동을 재개, 건재함을 과시하며 말 그대로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그간 언론들이 그의 신변에 관해 쏟아낸 수많은 보도는 황당한 허위임이 드러나게 됐다. 이번에 부끄러운 우리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대표적 사례를 보자. 얼마 전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북한 뉴스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됐다. 이 영상은 “조선 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 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봐도 북한방송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였다. 영상의 음성은 2011년 12월 17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과 내용이 같다. 당시 전문에서 ‘김정일’을 ‘김정은’으로, ‘김정은’을 ‘김여정’으로 이름만 바꿨다.
그런데 실제 한 매체는 영상 내용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0시 30분에 현지지도 길에서 급변으로 서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오전 보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하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은 조작된 것임이 드러났다. 결국 이 매체는 사과와 함께 기사를 삭제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의 건재가 드러남에 따라 그의 ‘건강 이상설’을 앞다퉈 주장한 지성호, 태영호 탈북민 출신 두 국회의원 당선인과 이들의 주장을 그대를 보도한 언론은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근거 없는 내용으로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혼란과 비용이 초래했다는 지적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코로나 19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4·15 총선을 앞두고 논란을 부른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SNS 허위 정보가 대표적 사례다. 단초가 된 건 인천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심장내과 전문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여기서 이 의사는 “(정부가) 검사를 못 하게 하고 있다. 총선 전까지는 검사도 확진도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그의 주장은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실제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도 됐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당국의 해명과 당사자의 사과글로 근거가 없음이 밝혀지면서 일단락됐다.
앞서 ‘연세대 약학대학장의 발언’이라면서 “의약계가 코로나19 변이에 따른 2차 파동을 우려하고 있다”는 글도 SNS에서 퍼졌다. ‘한국의 코로나19는 S형인데, 이탈리아에서 번지는 코로나는 변형된 바이러스로 감염력이 4배나 강해서 2차 파동이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일자 연세대 측은 “약학대학장이 사석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으나, 변종 바이러스나 2차 파동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 내용도 상당 기간 확산했다. 잘못된 정보가 유행병처럼 빠른 속도로 번진다는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세상을 새삼 실감한다.
안보 등에 관한 국가적 중대사나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관한 보도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이번에 ‘정론직필’이란 본연의 책무를 다시 새겨봐야 한다. 정부도 국민적인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빠르고 신속한 선제적 정보 공개와 설명을 통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 국민 개개인 역시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지혜를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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