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최고세율 25%→22% 3%p 내려
종부세, 1가구1주택 감면혜택 빠져 아쉬움
야당, 다주택자 종부세, 대기업 법인세 인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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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새 정부에서 2023년부터 적용 될 세제개편 안에는 문재인 정부가 올려놓았던 세금부담을 다소 줄어주는 감세안을 내놓았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유리지갑의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가 1인당 연간 최대 80만원가량 줄어들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서 22%로 내려가고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던 종합부동산세는 최대 6%에서 0.5%~2.7%로 낮아진다.
소득세의 경우 중ㆍ저 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과세 구간이 조정되고 식대 비과세 혜택이 늘어나면서 세부담이 완화된다. 법인세 경우 최고세율은 3%포인트 낮아지면서 과표구간은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축소된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10%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매기는 제도 자체를 없앤다.
정부는 지난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22년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
눈여겨 볼 감세분야는 봉급생활자가 관심이 높은 소득세다. 물가가 올랐는데도 15년째 그대로였던 소득세가 마침내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얼마나 줄어들까? 소득 중ㆍ하위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과표 구간이 조정된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정도 감세로 저소득층의 생활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소득세율 6% 적용 구간이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5% 적용 구간이 4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라간다. 연봉 7800만원(각종 공제 적용한 과표 기준으로는 5000만원) 직장인은 연 소득세가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4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식대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면서 최대 29만원까지 추가로 세 부담이 감소한다. 이를 합쳐 연간 최대로 83만원 소득세를 덜 내게 된다는 의미다. 83만원을 12달로 나누면 월 6만9천원 꼴이다. 근로ㆍ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은 올라가고 월세 세액공제 등 다른 생계비 관련 공제 혜택도 늘어난다.
법인세율은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되고, 현재 4단계인 과표 구간도 2~3단계로 줄어든다. 과표 200억원을 기준으로 이하 기업엔 20%, 초과 기업엔 22% 법인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과표 5억원 이하 중소ㆍ중견기업엔 10% 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개편안을 지난해 기업 납부 세액(법인 신고액 기준)에 적용하면 법인세 부담이 60조2000억원에서 53조7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10.8%)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특히 정부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해 이중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통합고용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국가전략기술ㆍ중견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늘린다. 벤처기업 스톡옵션에 대한 세 혜택도 확대한다.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는 연간 5000만원에서 2억원(누적 한도 5억원)으로 올라가고 분할 납부 허용 대상은 늘어난다.
정부는 가업승계 때 무겁게 적용된 상속세를 감면해 준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요건은 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상향조정한다. 즉 공제 한도는 올리고 피상속인 지분 요건, 사후 관리 의무는 완화된다. 이밖에 증권거래세는 인하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2년 유예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100억원어치 이상 가진 고액 주주에게만 물리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은 소득세ㆍ법인세ㆍ종부세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감세로 요약된다. 바뀐 세법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3조1000억원 세금이 깎인다. 새 정부는 대대적인 세금 감면을 통한 경제 살리기다. 기업과 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 일자리와 소비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부총리는 세제개편안 브리핑에서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조세 제도 측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번 세제 개편안이 경제 성장,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선순환 구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 시행까지는 가시밭길이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ㆍ종부세 등 완화를 놓고 ‘대기업ㆍ부자 감세’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법인세 감면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며 비판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동의 없이는 이번 세제 개편안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물가ㆍ금리가 치솟고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도 걸림돌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새 정부의 감세방향 자체는 시의적절하다고 보지만 고물가에다 미국발 금리 쇼크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며 “규제 혁파 등 구조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논평을 통해 “이번 세제개편안은 명백한 재벌·부자 감세”라고 규정했다. 센터는 “충분한 세수 확충을 통해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마땅한데 정부는 위기 와중에도 충분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과 고자산 계층에 이익을 안겨주는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감세 정책은 심각한 세수 결손을 야기할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예고한 대로 국채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재정준칙까지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는 복지 축소와 민생 파탄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이번 세제개편 안에 1가구1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면제규정이 빠져있어 아쉽다. ‘종합’이란 뜻은 여러 개를 한데 모아서 묶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평생을 모아 70, 80세 나이에 집한 채 달랑인데 부동산가격이 뛰어 시가 11억 원이 넘었다고 종부세를 과세하는 것은 정법(正法)이 아니다. 어쩌다 서울 강북이 아닌 강남에 사는 것이 유죄란 말인가. 현재 강남 일부지역은 25평형(실 평수 17평) 서민주택도 12억원이 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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