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원자력 친환경 ‘K택소노미’에 포함
원전기술 수출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제시
![]() |
▲권기환 칼럼니스트. |
한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원전 활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투자를 유인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관계 부처 협의를 끝내고 8월 초까지 관련 계획 초안 발표 후 이르면 9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녹색분류체계 포함 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부여한 안전기준을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겠다”고도 언급했다. EU 의회는 지난 6일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적용’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제시했다. 환경부도 이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도 업무보고에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작업에 착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되긴 했지만 EU 의회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에너지대란’ 우려가 커진 점도 우리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전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원전 수출에도 호재다. 녹색채권, 녹색기금 등 각종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 사회에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기준 대비 40% 감축을 약속한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달성하려면 원전 확대 없이는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탄소중립 이행 △안전한 환경 △국가·기업 경쟁력과 함께하는 환경 등 3대 핵심과제와 9개 세부 과제를 보고했다. 우선 ‘탄소중립 이행’과 관련해선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준수하되 원전 역할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문별 감축 목표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지난 6일 유럽연합(EU)이 2년여간 논쟁 끝에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하기로 확정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방침이 탄력을 받고 있다. 원전을 포함하는 ‘EU 택소노미’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게다가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올겨울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점도 환경부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LNG와 석유, 석탄 가격이 급등한 데다 올겨울엔 물량 확보마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현실적 대안은 원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체 에너지원 중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환경부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이런 ‘탈원전 백지화’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환경부 방침대로 원전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국내 원전업계는 자금 확보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10기 수출’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원전 수출을 위해선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수인데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면 각종 금융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 밖에 탄소 감축 우수 기업이 배출권을 많이 받도록 하고 배출권의 유상할당을 확대하는 등 ‘탄소배출권거래제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 2026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경부는 고물가를 감안해 광역상수도 공급 물값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물을 공급받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돗물 생산원가가 절감돼 지자체가 수도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할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또 폐기되는 전기·전자제품과 배터리를 수거해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기로 했다. 폐비닐 등으로 만든 열분해율을 석유 대체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원료 수급과 규제혁신도 지원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환경 규제를 당부했다”며 “산업계 현실을 감안하고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는 환경 정책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원전확대사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사회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는 보지만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펼치는 근시안적 정부정책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탈 원전’정책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5년 동안 손실된 원전기술 및 퇴보된 원전수출에 대한 피해보상은 누구에게 받나. 자칫 영원히 잃어버릴 뻔 했던 원전 원천기술을 뒤늦게나마 회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원전사업에 수 십 년 동안 이바지한 기업인 및 기술자들의 억울한 눈물을 뒤늦게나마 거둘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권기환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