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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규 대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계묘년 새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잘못을 보면 바로 잡으려 했고 옳지 않은 길을 가면 멈춰 섰으며 넘어지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 했다”며 “강한 의지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며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더 큰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노사 법치주의로 대통합해야 성공
윤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3대 개혁은 필연코 실현해야 할 과제이었지만 워낙 방대하고 뼈를 깎는 아픔을 수반하고 있기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난 과제였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중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노동 개혁 없이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제시하면서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교육, 지역 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방점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에 대해선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기술, 폭발하는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교육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또 지역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어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금개혁, 국민의견 공론화로 합의 도출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의 공통점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논의해서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며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 윤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우리 국민이 미래를 향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담대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앞엔 지뢰밭이 너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다 좌충우돌의 북한 핵 도발 위협, 물가고, 실물경기 하강, 수출부진, 고금리 등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
◆수출부진 근본적 원인 면밀히 분석해야 해결가능
따지고 보면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 불안과 두려움의 비중이 더 높다.
위기의 본질은 지난 수십년간 성장 기조를 떠받쳐온 수출 퇴조와 경쟁력 약화다. 미국과 중국, 서방과 공산 진영 간 지정학적 격돌은 세계무역기구(WTO) 28년 체제의 ‘프렌즈 블록(friends block)’을 와해시켰고 나아가 단절적 국제관계와 각자도생의 전략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기댈 곳은 미국도 중국도 아니다. 따라서 더 이상 우리가 기댈 곳은 없다. 모든 제조업에서 지구촌 전체를 상대하던 한국 산업의 전통적 강점은 약해지고 대외 의존도가 높고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태생적 한계는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단적인 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은 그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식량-에너지 등 국민 생명 자원에 대한 자립적 안보가 불가능한데 무슨 수로 물가를 잡고 금리를 낮추겠나. 어떤 자원이든 무역 거래의 비교우위로 조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쟁은 여지없이 박살 냈다. 모든 질서에는 일몰이 있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우쳤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정답이 아니다. 예측하기 힘든 전대미문의 상황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 특유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부분 기업이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활주로를 길게 만들어야 연착륙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생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래 투자다.
◆월드컵 태극전사들 ‘꺾이지 않는 마음’ 불씨 살려야
우리는 지난해 월드컵에서 꺾이지 않는 태극전사들의 투지를 봤다. 월드컵처럼 꺾이지 않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희망이 있다.
윤석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대만의 상장사 시가총액(1조5760억달러)이 한국(1조6180억달러)과 대등한 규모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TSMC라는 전략자산 육성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40년을 공들인 결과다. 1980년대 대만 정부가 대규모 재정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패권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TSMC 홀로 성장한 것도 아니다. 대만에는 연매출 10억달러가 넘는 반도체 기업이 30개에 육박한다. 한국의 포트폴리오는 대만보다 훨씬 탁월하다. 첨단산업과 전통 제조업 모두에서 뛰어난 기업과 전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력 신장과 국방력 강화, 국부 창출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애플, 테슬라와 거래하는 TSMC가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주요 산업 국가전략 자원화 절실
노동-교육-연금부문의 개혁만으로 경제 체질이 나아지고 산업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산업, 경제와 안보의 유기적 연결과 융합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다. 산업 부문의 구조개혁 방향은 뚜렷하고 실질적이다. 주요 산업을 국가 전략자원으로 재분류하는 한편, 한국에 대한 다른 국가의 의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약점으로 지목돼온 대외의존도를 반대 방향으로 뒤집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 국민과 정치가 한 몸으로 움직이며 협력하고 의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목표다.
대한민국은 위기에 강하다. 지난해 세계경기둔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는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출실적 경신, 사상 최초 세계 수출·무역 동반 6위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꺾이지 않는 기업인 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대한민국 백년대계의 희망이 윤석열 정부와 계묘년 새해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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