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 미래세대 청년 희망-경제효과에 방점뒀다”
‘선택 아닌 필수’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타격 감수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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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윤 대통령의 결단에는 한-일 관계 조기정상화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수출규제 해제, 화이트리스트 재편입을 넘어 한일 경제 교류가 본격 활성화되면 국내 기업에 큰 수혜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양국 기업 간의 신산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이 활성화되고 고비용·고위험 분야의 공동 기술 개발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실무진은 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질서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재편되는 경제안보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은 아울러 "한일 간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위축된 교역, 투자,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복원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로 핵심 수출 품목의 대일 수출이 보다 확대되고, K팝 등 한류 확산을 통해 콘텐츠·소비재의 일본 시장 진출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수출전략회의에서 K콘텐츠 수출을 독려하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야당과 진보단체, 강제징용 피해자들로부터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조기정상화 작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외교-안보-수출경제 활로를 찾기 위한 해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미래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평소 입버릇처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미래를 걱정하며 한-일관계정상화를 독려했다. “언제까지 죽창가와 반일만 부르짖으며 청년세대를 볼모로 잡고 있어서는 안된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높은 담장을 허물어 양국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한-일 양국 미래 세대를 언급하며 내실있는 교류협력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일 관계는 풀기 어려운 앙금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웃나라끼리 영원하게 앙숙으로 지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북한, 중국, 러시아라는 반(反)문명국가와 마주하거나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적어도 현존 국제 정세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과는 선택적 협력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가장 악질적인 식민지 지배를 받은 한국 입장에서 일본의 만행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대로 기억하고 교훈을 삼더라도, 과거를 이유로 미래를 망칠 수는 없다. 그리고 강제징용 문제의 경우,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자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일본 측이 하나씩 호응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이 가시화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6일~17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의 징용 배상 첫 판결이 있었는데도 일본 징용 기업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출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반쪽 해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징용 판결로 파국을 경험한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흡족하지 않고 아쉬움을 남긴 해법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은 크게 환영하지만, 내실없는 정상회담, 굴욕적 외교는 사양한다.
이번 강제징용해법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5년 만에 나온 조치다. 당시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 1965년 청구권협정)을 어겼다"고 반발했고, 일본 피고 기업들이 배상 판결에 불응하면서 징용 해법은 2018년 이후 계속 겉돌기만 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수차례 한·일 외교 당국 협의를 통해 마련한 이번 대책은 한국이 주도적·대승적으로 문제를 풀고, 일본이 자발적 기여와 포괄적 사죄로 호응한다는 구도다.
먼저 '강제동원 특별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립된 '재단'이 징용 피해자와 유족 지원 및 피해 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원고 15명에게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계류 중인 다른 소송도 승소하면 적용된다.
재원 확보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앞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방 20주년이던 196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청구권협정에 서명하면서 일본 측의 3억 달러 무상 자금과 2억 달러 차관을 받았다. 이를 종잣돈 삼아 설립된 포스코 등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 약 16곳이 앞으로 자발적 기부를 통해 먼저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제3자(수혜 기업)가 징용 피해자에게 채무를 대신 갚는 민법상 대위변제(代位辨濟)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해법을 두고 국내법(대법원 판결)과 국제법(청구권협정)을 동시에 존중하면서도 안보와 경제를 위해 시급히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이 반영된 '고육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정부는 양국 경제단체(전경련·게이단렌)가 공동 참여해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하고 일본의 징용 기업들이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일본 정부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외교부 발표를 전후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일본은 수출규제 해제도 협의하기로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동맹들의 협력과 파트너십에 신기원적인 새 장"이라며 반겼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경술국치" "삼전도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굴욕외교라는 비판과 경고의 목소리가 야당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반대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경청하고, 이해를 구하며, 미흡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한국정부의 대승적인 선택에 양심적이며 성의 있는 응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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