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 미작동이 주된 원인
조종사에게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준 후 2분 만에 조종사가 조난신호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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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29일 오후 동체가 두동강난 채 처참한 상태로 노출돼 있다. 구조대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목격자들은 파편과 의자가 담 넘어 100~200m까지 날아갔다고 밝혔다. KBS 뉴스특보 화면 캡처 |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졌다. 객실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9시경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179명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수색 초기 기체 후미에서 구조한 객실승무원 2명만 생존했다.
사망자들의 신원은 지문 대조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 2명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야간에도 수색활동을 지속한 결과 오후 9시 직전에 두 구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가운데 태국인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 현재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57명에 불과하다.
이날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 객실승무원 4명, 조종자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 2명 외 수색현장에서 생존자가 더는 나오지 않으면서 이 사고는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형 참사로 남게 됐다.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사고는 269명이 사망한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이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225명 사망)이 2번째로 희생자가 많았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3번째로 남게 됐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8시 59분경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빠른 속도 때문에 활주로를 지나쳐 활주로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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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 검붉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는 모습을 시청자가 KBS에 제보했다. KBS 뉴스특보 화면 캡처 |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제동장치인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 미작동이 주된 원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기체에 이상이 생긴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활주로 표면과 여객기 하부가 마찰하면서 열이 발생한 데다 제대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를 벗어나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
철새 도래지가 가까운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다가 새 떼와 부딪치면서 엔진과 랜딩기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버드 스크라이크로 랜딩기어까지 고장난 것인지, 동체착륙 당시 매뉴얼이 지켜졌는지 등은 국토교통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폭발했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줬고 2분 만에 조종사가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착륙 직전 비행기 우측 날개 엔진 위로 불꽃과 연기가 났고 새 떼가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면서 사고의 1차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기체 문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무안공항은 겨울철 철새 도래지와 가깝다. 오른쪽 엔진에서 비정상 연소로 인한 연기가 난 걸 보면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터빈이 깨졌을 것”이라며 “연쇄적으로 조종 운전계통이나 유압계통 등 랜딩기어로 가는 시스템이 파손됐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객기가 착륙할 당시 영상을 보면 이 여객기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닿은 채 동체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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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9시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달려가는 장면. 여객기는 결국 활주로를 이탈, 울타리 외벽에 충돌하면서 동체가 두동강나고 화염에 휩싸였다. KBS 뉴스특보 화면 캡처 |
그러나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공항 외벽에 돌진한 뒤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결국 항공기 후미를 제외한 기체 전반이 훼손됐다. 이에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국제규격에 부합하더라도 급히 동체착륙을 시도하면서 활주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체착륙을 할 때 불이 나더라도 마찰을 이용해 세울 수 있는데 정상적인 접지구역을 지나 여객기가 멈춰 서지 않고 외벽에 충돌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활주로에 내리는 모습을 보면 꼬리 쪽 동체부터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내려왔지만 동체가 미끄러지면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방호벽을 뚫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랜딩기어 외에 다른 보조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도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물론 동체착륙 시 발생한 화재와 이로 인한 유독가스가 피해를 더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충식 AGI재난과학연구소장은 “항공기가 쓰는 제트유는 일반 휘발유보다 연소가 빠르고 화재 진화가 어렵다”며 “고온의 유독가스가 기체 안으로 유입되면 몇 초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이 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엔진 자체가 상당히 큰 기구이고 랜딩기어는 그와는 독립적으로 조종사의 명령에 의해 내리는 구조”라며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게) 버드 스트라이크와 연계성이 있는지나 동체착륙 매뉴얼이 지켜졌는지를 블랙박스 등을 통해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 시도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복행(착륙이 불가능한 경우 다시 이륙하는 조치)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2차 착륙을 시도했지만 사고가 났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자동종속감시시스템(ADS-B) 데이터가 오전 8시 58분에 끝났는데 고도가 400m고 속력은 조금 높았다”며 “오전 9시 3분에 사고가 났다면 5분 만에 복행을 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활주로 앞단에서 착륙이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행 시도를 하지 않고 2차 착륙 시도를 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항공도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전남 무안항공 항공기 추락 사고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기장과 연락이 됐느냐’는 질문에 “항공기 조사본부에서 파악해야 한다. 관제탑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착륙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비행기 궤적 등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행기록장치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당시 상황과 판단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음성기록장치 등 두 가지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두 장치를 모두 수거해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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