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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와 성남시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AI 비상
올해 첫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충남 계룡시 토종닭 농가에서 발생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록 저병원성으로 판명돼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바이러스 매개체로 알려진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머무는 5월까지는 철저한 방역대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닭·오리 등 가금류 농가와 가공·유통업체의 피해가 없도록 정확한 지식 전달과 홍보도 필요하다.
저병원성 ‘불행 중 다행’
충남 계룡시 토종닭 농장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전염성이 낮은 저병원성으로 판정됐다. 저병원성 AI는 고병원성 AI보다 전염성과 가금류 폐사율 등이 낮아 ‘불행 중 다행’이다.
13일 농림수산식품부는 AI 의심 가축으로 신고된 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저병원성 AI인 H9N2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저병원성 AI는 지난해 12월28일 청주 오리농장에서 발생하고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10일과 11일 계룡시에서 폐사한 토종닭 45마리에 대해 AI 간이검사를 벌였다. 10마리 가운데 6마리가 양성 반응을 보여 정밀검사를 통해 고병원성 여부를 확인했다.
농식품부는 남방철새가 도래하는 4월까지 AI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다음달까지 방역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실질적인 방역 효과를 높이고자 16명으로 구성된 중앙기동점검반 8개 반을 동원, 농가의 방역수칙 위반 사항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방역수칙을 어긴 농가에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야생철새 모니터링 검사 확대와 36개 집중관리 시·군에 대한 예찰 강화 등을 통해 고병원성 AI 발생을 예방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화들짝’…대책마련 나서
지자체들은 올해 첫 AI가 발생하자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AI 확산에 대비해 인력과 장비 등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고병원성 AI에 사람이 감염되면 치사율이 매우 높아 꼼꼼한 예방조치가 절실하다.
그동안 AI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에 발생해 왔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3월 중순에 발생하면서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AI의 전파·확산에 철새의 이동 또는 가금류의 무역이 관련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어 철새들이 머무는 5월까지는 방역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경기도는 고병원성 AI 재발을 막기 위한 특별방역대책으로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내에 ‘청정소독지원팀’과 ‘AI조기경보팀’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청정소독지원팀은 5개반 30명으로 운영되며 소독차량과 휴대용소독기 등을 갖추고 과거 발생농장, 재래시장 등에 대한 일제 소독을 실시해 AI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 AI 조기경보팀은 5개반 20명으로 운영되며 철새→텃새→닭·오리 등 가금류 사육농장으로 이어지는 AI 유입 가능 경로를 상시 예찰·검사해 AI를 조기에 차단한다.
경기 오산시는 5월까지 AI 특별방역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 시는 가금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소독실시와 전염병 예찰반을 가동해 사전에 AI를 예방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내 주요 철새도래지인 오산천 등에 대한 정기적인 소독을 실시해 야생조류에 의한 감염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가금 사육농장 방문 시 외부인 출입통제 안내판 및 발판 소독조 설치, 소독설비 가동, 소독일지 작성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충북 청주시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해 5월까지 방역대책 특별예찰 활동을 벌인다.
소독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사육농가와 전통시장 가금류 판매업소에 소독약을 지원하고 철새 도래지인 무심천 주변을 주 1회 소독한다. 사육농가 등에도 방역을 위해 소독약 250㎏, 생석회 10톤을 긴급 구매해 추가 공급한다.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주1회 방역정보를 발송하고 전화예찰을 해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방침이다.
충남도는 조례를 제정해 AI와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전문 방역체계를 구축한다.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는 13일 이종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청남도 가축방역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가결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축산학 또는 수의학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축방역협회를 구성해 방역대책 수립, 대처방안 등 가축방역과 관련된 주요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철저한 지식전달로 피해 줄여야
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농가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의 홍보가 절실하다. 국민들이 근거 없는 불안에 흔들려 해당 품목에 대한 소비가 얼어붙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AI가 처음 발생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4차례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닭·오리 등 가금류 사육농가와 관련 산업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AI에 대한 지나친 경계로 닭과 오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동안만 가열하거나 튀기면 사멸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AI가 발생하면 닭·오리고기를 기피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오염된 닭과 오리 등이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불법 도축과 유통도 철저히 단속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닭과 오리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한미 FTA로 상심에 빠진 농가에 이중고를 안겨줄 수도 있다”며 “정부의 철저한 예방대책과 대국민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도(2003~2011) 전국 AI 발생현황 한눈에…
국립환경과학원 조류인플루엔자 지도 제작
올해 첫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연도별 발생현황 등 관련 자료가 표기된 지도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22일 전국 철새지도(2008-2010),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지도(2003-2011), 야생조류 AI 모니터링 지도(2012)로 구성된 AI 전국지도를 만들었다.
과학원은 전국 농경지·하천·호수 분포도와 2008∼2010년의 환경부 겨울철새 전국조사자료에서 서산·천안, 영암·해남 등 12개 겨울철새 주요서식지를 추출해 철새지도를 작성했다.
이번 지도는 철새 집중서식지와 가축 HPAI 다발지역에서 전국 43개 시·군을 모니터링 지역으로 선정하고 야생조류 AI 시료를 연간 2만점 수집·분석해 작성됐다.
철새지도에는 전국 12개 주요 철새서식지를 구분하고 서식개체수가 많은 5종의 겨울철새를 표시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에 서식한 겨울철새는 서부권의 금강하류권이 22만5000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서산·천안(20만4000마리), 영암·해남(10만2000마리), 낙동강하류권(7만4000마리)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서식개체수는 가창오리(77만3000마리), 청둥오리(15만5000마리), 쇠기러기(8만3000마리), 흰뺨검둥오리(7만100마리), 큰기러기(5만7000마리) 등의 순이며 모두 AI 감염 우려종이다.
가축 HPAI 다발지역은 서산·천안, 금강하류, 영암·해남권 등 호수나 하천을 끼고 논이 넓은 철새 대량서식지 특징을 보였다. 철새들이 AI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인 셈이다.
연도별 발생건수는 2008년과 2011년 각각 97과 90건으로 지난 9년간(2003~2011년) 총 발생건수인 219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Q&A
Q 고병원성 AI와 저병원성 AI의 차이는
A 저병원성은 가벼운 감기 수준이다. 하지만 고병원성은 가금류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심각한 산란율 저하로 경제적 피해도 크다.
Q AI에 걸린 닭과 오리는 어떤 증상을 보이나.
A 닭은 병원성에 따라 증상이 경미한 것에서부터 갑작스레 죽는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사료 섭취와 산란율이 감소하고 벼슬이 파란 색깔을 띠며 머리와 안면이 붓는다. 오리의 경우 종오리(씨오리)는 산란율이 떨어지고 폐사하지만 육용오리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Q AI는 어떻게 전파되나.
A 국가간에는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국내에서는 신발, 사료차, 기구 등에 분변이 묻어 전파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분변 1g은 약 100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공기를 통해서 전파되지는 않는다.
Q 사람에게는 어떻게 감염되는가.
A 주로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감염환자들은 대부분 AI에 걸린 닭·오리 도축작업에 참여했거나 농장 종사자이다.
Q AI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닭고기 먹기를 꺼려한다.
A AI 바이러스는 썹씨 75도에서 5분 가열하면 100% 죽는다. 계란도 마찬가지니 익혀 먹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감염된 가금류는 사실상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AI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농장 주변 3㎞는 이동이 제한된다.
Q 확산 방지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은
A AI 발생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최소 1주일 이상 가금류 사육농장이나 동물원에 가지 말아야 한다. 철새 도래지 방문도 삼가는 것이 좋다.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2.03.16 (금) 13:11, 최종수정 2012.03.16 (금)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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