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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와 진주시의 통합문제가 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천·진주통합반대추진위원회’가 2월22일 반대 서명부를 지방행정체제개편위에 제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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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13일 개최한 비공개 본회의에서 자치제도 변경을 위한 4개안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인구와 면적이 기준에 미달한 서울 중구, 인천 동구 등 10개 자치구는 인접구와 통합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시·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전남 여수·순천·광양, 충남 예산·홍성 등 7개 권역은 여론조사 없이 국가 주도로 통폐합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이 행정구역통합을 건의한 경남 진주·사천시 등 19개 권역 48개 시·군·구는 통합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거친 후 통폐합을 결정하도록 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6개 광역시의 74개 구·군의회가 폐지되고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의 기초단체장은 광역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편안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69명은 특별·광역시 구의회 및 자치구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자치구의 지위 및 기능 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특별시나 광역시의 구의회 폐지와 구청장 임명직 전환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반 민주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본회의가 절차와 원칙이 무시된 채 무리하게 진행된 점도 논란이다.
특별·광역시의 과소 자치구 10곳의 통합 안건은 정원 27명 중 22명만이 참석해 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2개안도 각각 13명, 11명이 참석해 겨우 과반을 넘기는 등 충분한 공감대 없이 통과됐다.
개편추진위원으로 참여했던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17일 개편안 도출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이번 개편안 확정은 장기적인 지방자치 발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풀뿌리자치 위협…지자제 고사 위기
자치구제 폐지가 능사인가?
중앙집권적 행정편의주의 발상…
행정구역통합, 자치구제 폐지 등을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개편이 완료되면 이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의 개편안이 논란이 되는 것도 절차상 문제뿐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 처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구제 폐지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 74개 지자체를 폐지하고 단체장의 임명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자치구제를 폐지해 자치구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방자치 무용론의 근거가 되는 지자체 재정난과 기초의원 자질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읍·면·동의 주민센터를 주민자치기관으로 변경해 지금보다 더 나은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지자체와 지방의회, 시민단체들은 자지구제 폐지를 비롯한 개편안은 지방자치를 훼손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청장·군수 69명은 18일 특별·광역시 구의회 및 자치구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자치구의 지위 및 기능 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장들은 ‘자치구제 개편안에 대한 자치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행정 효율성에만 치우쳐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치구제 폐지는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국민적 합의나 자치구와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구청장과 구의원 등 자치구제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행정체제 개편보다 지방분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모든 결정권과 세원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현 상황에서 지방자치는 실속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중앙집권체제가 지방자치 무용론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행정구역통합 주민의견은 무시
행정구역통합에 있어 여론조사 결과가 배제되는 등 주민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점도 논란거리다.
행정구역통합은 주민·지역 간 갈등을 일으키고 지방자치의 중앙종속을 심화시키는 등 여러 문제점을 지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된 행정구역통합 추진과정에서 자율통합을 강조한 점도 이 같은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민과의 소통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정부가 주민을 배제한 채 통합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중구 등 전국 10개 자치구와 지난해 시·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전남 여수·순천·광양, 충남 홍성·예산 등 7개 권역을 여론조사 없이 통폐합할 수 있도록 확정했다.
정부는 참고조사인 여론조사가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으며 국가적 견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역주의적 여론에 묻히기 때문에 여론조사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주민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와 상반된다. 주민의 편의와 복리를 위해 추진되는 행정구역통합에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셈이다.
무리한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 등 반발이 예상되는 개편안을 졸속 처리한 것은 6월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 보고기한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12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추진동력을 잃게 돼 정부가 개편안 처리에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실제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위원장 직권으로 개편안을 처리하는 등 곳곳에서 급하게 추진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행개위원들이 졸속 처리를 문제 삼아 사퇴하는 등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구청장 임명제 등을 담은 개편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광역시장과 시의회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컬종합 = 라안일·김헌규·이창재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2.04.20 (금) 10:52, 최종수정 2012.04.23 (월)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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