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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만5세아 통합과정 운영 및 공공형·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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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송파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유모씨는 둘째 아이를 구립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온다. 직장일과 집안일로 어린이집 등록 신청이 늦어져 대기 순번만 300번대다. 같은 곳에 다니는 첫째 아이의 경우 등록 신청을 하고 1년을 기다렸었다. 남매를 같은 곳에 보내야 할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이다.
#2. 임신 10주차인 최씨는 직장 선배로부터 출산장려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구청에 문의한 후 실망감을 안게 됐다. 첫째 아이에 대한 장려금은 없고 둘째 아이부터 장려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장려금도 ‘쥐꼬리’만큼 나와 출산에 큰 도움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의 보육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 낳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낳은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한 환경 조성에는 등한시 한다는 것이 주부들의 지적이다. 보육환경의 개선 없이 출산장려 정책도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보육문제에 있어 어린이집을 비롯한 보육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서울 등 대도시 국·공립어린이집은 이미 포화상태다. 1년 이상 대기는 기본으로 매년 졸업시즌과 입학시즌이 아니면 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대기 순번만 300번이 넘어가는 것은 예사다. 이렇다 보니 주부들 사이에서는 임신과 동시에 신청해야 한다는 애기가 돌고 있다.
부모들의 선호에도 전국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은 부족한 상황이다. 2010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보육시설 중 5.3%에 불과하다. 대전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1.9%로 어린이집 대기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아동 9명 중 1명만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인천은 9%만이 대입보다 문턱이 높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후 2~3시에 끝나는 유치원도 맞벌이 부부에게는 큰 짐이다. 이른 시간에 끝난 유치원으로 또 다른 보육시설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등 시설에 아이를 맡긴 맞벌이 가정 가운데 시설 이용시간 외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없는 비율이 전체 36.6%에 달했다. 시설 이용시간 외에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 불의의 사고에 노출돼 있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베이비시터를 고려하지만 해마다 높아지는 베이비시터의 급여에 포기하기 일쑤다. 베이비시터 급여는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소득공제 혜택도 없어 서민부부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다.
쥐꼬리 예산…OECD 평균에 턱없이 부족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관련 ‘쥐꼬리’만한 예산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저출산 대책 관련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달한다. 반면 2009년 기준 국내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은 0.5%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39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대로 진행돼도 2015년 GDP 대비 0.8% 수준에 그쳐 선진국에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부족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 신설예산은 축소하고 일회성 홍보비에 낭비해 논란이 일었다.
9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영희 의원은 국공립어린이집 신설 예산이 2008년 99억1100만원에서 2011년 19억8200만원으로 80%이상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저출산대책 홍보비 예산은 28억1700만원에서 56억원으로 2배나 증가해 실질적인 보육대책 개선보다 정부정책 알리기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지자체가 제공하는 출산장려금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출산장려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 전남 보성의 경우 첫째 아이에게 240만원의 장려금을 주고 있으나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장려금 등 각종 수당제도 추진보다는 보육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육환경의 개선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12.23 (금) 15:33, 최종수정 2011.12.23 (금)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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